[기자수첩]文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꼭 했으면 하는 말

[the300]

최경민 기자 l 2018.08.19 14:36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 10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발적으로 방북 연장을 요청한 것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답이었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민주주의 국가의 특성을 살린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넘게 지나 다시 남북대화의 판이 깔렸지만 우리의 ‘민주주의 리더십’은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섰다.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감이 ‘민의’ 저변에 깔려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완전한 비핵화’의 뜻을 밝히고 연초부터 속도감있게 협상을 추진하자 형성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민의는 변덕이 심하다. 70년째 대립을 거듭해온 북한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기대감이 꺾이는 순간 대북정책에 대한 민의는 다시 한 번 반전될 수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은 유지가 되고 있지만 상황은 아슬아슬하다. 북한은 정부를 겨냥해 연일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교류하자”고 하지만 이 말을 받아들일 한국 국민은 거의 없다. 5000만 국민은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보여준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실제로 이행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민의가 부정적으로 반전된다면, 다시 되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또 속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김 위원장은 ‘양치기 소년’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같은 맥락에서 “협상이 성사가 안 되면 향후 10년은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다음달 평양에 방문한다면, 혹은 그 전이라도 이런 말을 꼭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면 한다. 문재인이 아니라 5000만 남한 국민들을 봐야 한다고. 그 민의를 생각했을 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이미 비슷한 말을 했었다고 해도, 이번에 더 강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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