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규제샌드박스·규제프리존…탄생의 서막

[the300][이주의 법안]①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규제프리존특구법'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정리 조철희 기자 l 2018.08.24 04:30

자유한국당(한국당)이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때부터 추진해 온 '규제프리존법'이 심사대에 올랐다. 한국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규제프리존 관련 3개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예상된다. 

규제프리존법은 민주당의 규제샌드박스법, 바른미래당의 규제프리존특별법, 한국당의 지역특구 및 규제프리존특구법을 병합심사해 만들어진다. 그동안 규제프리존법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태도 전향으로 속도가 붙었다.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문재인정부 정책 방향 때문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 속도가 빠르지만 우리는 신기술 기반 창업이 감소하고 기술혁신 주도국과 격차가 벌어졌다. 전세계 유니콘 기업 266개중 한국 기업은 2개에 불과하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을 부르는 용어다. 우리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은 선진국과 4년 격차가 난다.

이같은 기술력 격차의 주된 원인은 과도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시·군·구의 지역특화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까지 향토자원, 관광레포츠, 교육, 산업연구 분야 등에서 194개가 지정됐다. 

그러나 지역특구의 규제특례는 법에 열거된 특례에 한해 적용된다. 소위 '포지티브' 방식이다. '우선 허용·사후 규제'원칙이 적용되지 않다보니 지역특화사업에 신기술을 적용하거나 신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계 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전략을 펼친다. 영국은 2011년부터 'Tech City'(테크시티)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정책을 추진했다. 프랑스는 2015년부터 'La French Tech'(라 프렌치 테크·프랑스 기술)을 추진해 100억 유로(약 13조원)의 투자펀드를 조성, 세계 최대 스타트업센터를 건립 중이다. 중국도 2015년 행정규제를 철폐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大衆創業 萬衆革新'(대중창업 만중혁신·대중의 창업 만중의 혁신)을 선언했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 상위 스타트업 100개사의 사업모델이 한국에 적용될 경우 투자액 기준 41%가 규제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정부가 '신산업분야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나서게 만들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임시로 기존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특구법 전부개정법률안은 '규제프리존특구법'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규제프리존특구를 지정하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규제완화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지역에 한정해 특화된 맞춤형 규제완화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드론, 공유숙박업 같은 신산업을 지원할 뿐 아니라 통신, 의료, 전기, 농업, 화장품 같은 기존 산업의 규제도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규제샌드박스형 지역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다. '규제혁신 3종 세트', 즉 △규제 신속 확인 △2년 간 임시 허가 △2년 유효기간 실증특례를 중심으로 지방이 규제 혜택을 선택한다. 지역별 규제에 차등이 생긴다. 지방이 모든 사업내용을 구상하고 국가는 특구지정과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한다.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은 타당한가?” = 민주당의 규제샌드박스법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의원 시절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수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20일에는 기획재정위원장인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이 수도권 중 접경지역이나 주한미군 반환공여지역 등을 포함하는 변화된 법안도 내놨다.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수도권이라도 필요시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 서울시 서초구, 경기도 등은 수도권도 규제완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세부 내용에 대해선 다양한 반대 의견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특례를,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는 부담금 감면 특례를 반대한다. 

여야 간 가장 큰 인식 차이는 법안 명에서 드러난다. 여당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혁신성장을 위한 지역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으로 바꾸자고 한다. 한국당은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지역특화발전특구 및 규제프리존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을 주장한다. 지역중심으로 규제혁신을 하자는 취지는 같지만 지역발전과 산업발전 사이 무게중심의 축이 각기 다르다. 

여야가 지역과 산업을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청나라 황제 옹정제는 "천하의 일에는 행할 수 있는 것과 행할 수 없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행할 수 있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행할 수 있고, 행할 수 없다면 산서에서라도 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개혁은 '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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