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무용론'…野 "세 부담 보단 주택공급·산업대책"(종합)

[the300]野 당 지도부·소속 의원, 정부 규제에 회의적 시각 드러내

강주헌 기자 l 2018.09.14 16:44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야권은 한 목소리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은 세제 규제보다는 주택 공급 정책이나 부동산 광풍을 뒷받침할 산업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중의 부동자금을 흡수할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산업정책이 없는 등 부동자금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이 돈은 다시 다른 투기시장을 향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부동산 시장을 보면 가격이 지금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하강 국면"이라며 "우리나라만 그러고 있다. 이건 완벽한 실패"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보유과세를 높이려면 거래과세는 낮춰야 한다"며 "지금은 거래 관련 세금 자체를 낮추는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인 김현아 의원은 부동자금에 대한 대책은 물론 세 부담이 늘면 부동산 거래가 줄어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의원은 "유동 자금을 어디로 흐르게 할 것이냐에 대한 것에선 여전히 답이 안 돼 있다"며 "'두더지 잡기'식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쑥대밭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은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그 사람들을 보면 그 정도 세금을 매긴다고 집을 과연 팔까"라고 반문하며 "대책이 아무리 강해도 그 행위로 인해서 벌 수 있는 돈이 더 많으면 포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민을 충분히 하고 부작용을 검토해서 신중하게, 국민들에게 장기적인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세 강화, 주택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1주택자 담보대출 금지 등 기존에 계속하던 규제일변도 부동산 정책을 다시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이라며 "고강도 세금 폭탄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함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고 해도 막대한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쉽게 집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늘어난 종부세 부담은 매매 가격이나 전월세로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집값 폭등은 서울 도심에 공급되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서울 도심 등 주요 지역에 주택을 공급되도록 과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바른미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손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유동자금이 제대로 된 투자처 하나 찾지 못하면서 그나마 안정 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야기한 것"이라며 "기왕의 잘못된 세금 위주 대책 위에 덧댄 것에 불과한 정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이번 대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정책으로서 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국민들의 불신을 또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걱정된다"며 "수요공급의 큰 틀에서 정책을 취하지 못하고 행정만능주의로 부동산 정책을 누더기처럼 땜질하고 있으니 고용충격에 이어 경제 무능 정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전날 SNS를 통해 "돈이 부동산 외 갈 곳이 없는 경제여건을 만들어 놓고, 경기부양한다고 돈을 마구 풀고 있다"며 "서울 수도권 요지의 상승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니 안 오를래야 안 오를 수 없는 구조 아닌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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