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식물 헌재' 책임공방…한국당 "국회 책임 아닌 대통령 책임"

[the300]헌재 사무처장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 민주적 정당성 없어"

백지수 기자, 송민경(변호사) 기자, 안채원 인턴기자 l 2018.10.11 13:05
김헌정 헌법재판소사무처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으로 업무가 마비된 헌법재판소와 관련, 여야가 11일 국정감사에서 공방을 벌였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법재판관 공석의 책임을 야당이 반대하는 대법원장 추천 인사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렸다.

김헌정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감에서 "헌법재판관 인사가 대법원에 예속되고 있다"는 이은재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헌법재판관 구성 원리는 가장 중요한 게 민주적 정당성"이라며 "취약한 부분이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분(대통령 지명·국회 지명)은 대통령과 국회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임명 또는 추천하지만 대법원장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본다"며 "헌법 개정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반영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반복되는 데 대해 "헌재가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만들어 졌는데 지금처럼 구체적인 전문적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을 못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처장은 다만 국회에도 입법 책임을 요청했다. 그는 "헌법은 개방성이나 추상성이란 원리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채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국회에서 임명 표결이 진행되지 않아 헌재법에서 규정한 정족수 7명을 충족시키지 못해 업무가 마비된 상황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며 대치했다. 문 대통령이 국감 첫날인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와 관련 "국회의 책무 소홀이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는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한국당이 반발하면서다.

지난달 19일 헌법재판관 5명이 퇴임한 이후 문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 추천 인사인 이석태·이은애 후보자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 한국당이 반대한 두 후보자가 임명된 뒤로 여야 교섭단체 3당이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이종석(한국당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날 "국회도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해주기 바란다"며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질의 개시 전부터 '릴레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이 발언에 항의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은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을 야당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다. 어불성설이고 심히 유감이다"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임명 규칙을 스스로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이석태·이은애 후보자를 임명했다"고 말했다.

이은재 의원도 "코드가 맞으면 임명하는 것에 대해 야당의 문제제기에 민주당이 반응하지 않고, 대통령도 나서지 않아서 헌재 기능 마비가 온 것"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이 국감 시작하는 날에 야당을 정조준해서 저격한 것은 국정감사를 침해하고 방해하는 행위"라며 "야당 대표 시절을 역지사지로 돌아보고 청와대의 기본 책무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주광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자신이 청와대 2인자로 근무할 때 부하 직원으로 있던 이석태 후보자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지명하라고 하고 대법원장 측근인 김기영 후보자를 여당에서 추천한 것"이라며 인사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여당과 민주평화당 등 다른 당에서 항의가 이어졌다. 여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까지 진행된 상태였는데 표결 통해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부결하고 적임자 찾는 것이 낫지 부결안도 안 올리고 이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한국당 의원들의 행동에 "인사청문회를 또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번 청문회를 했으면 절차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반발했다.

여야가 언성을 높이며 의사진행발언만 이어지자 여야 3당 간사 간 조율을 위해 회의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국회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헌재를 만들어놓고 우리가 누구를 상대로 국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꾸짖으며 "헌법재판소장 나와서 저분들 다 재판하라 하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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