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준법은 '중징계', 위법은 '경징계'?…관세청의 주먹구구 심사

[the300]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관세청 국감서 "이런 식으로 이뤄진 과오환급이 3000억"

대전=이재원 기자 l 2018.10.11 21:21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임성균 기자


관세청 세관공무원이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엉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엄연한 법률 위반이지만 관세청장이 이를 인지조차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국고 손실이 수십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관세청·조달청 국정감사에서 "품목분류위원회 심의사항인 품목분류 변경을 직권으로 결정한 것은 엄연한 위법"이라며 관세평가분류원의 주먹구구식 관세행정을 지적했다. 관세평가분류원은 관세청으로부터 품목분류 업무를 위임받은 곳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6년 12월, 반도체 업계 중견기업인 A사는 자사가 수입하는 DPS보드가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받으면 관세율 8%에서 0%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 분류원에 심사를 신청했다.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하면 분류원은 법규상 신청 물품이 기존에 수출입신고한 물품이면 반려한다. 기존에 사전심사를 받은 동일품목의 결정이 있으면 같은 결정을 직권으로 내릴 수 있다.

또 환급 대상이면 분류원의 최고의결기구인 관세품목분류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만일 품목분류가 변경될 경우 협의회를 거쳐 품목분류 최고의결기구인 관세청 관세품목분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A사가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한 DPS보드의 경우 2014년 이미 국세청이 사전심사를 통해 8%의 관세율 부과를 결정한 제품이다. 재심사를 요청한 시점엔 이미 수출입신고를 한 상황이지만, 반려되지 않았다.

관세율이 8%에서 0%로 내려가며 환급이 발생하지만 관세품목분류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다. 또 품목분류가 변경되는데도 관세품목분류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2014년과 2016년 A사의 사전심사의 담당직원이 동일인물인데 서로 상이한 결정을 직권으로 내렸다"며 "이후 해당 결정에 대한 오류를 발견하고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올 3월 내부감찰 의뢰가 들어오자 부랴부랴 감찰이 나서 담당자들을 경징계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에도 품목분류 행정의 오류가 발생했다. A사의 사전심사 결과에 따른 환급신청 소식을 들은 B사는 자사도 동일품목의 물품을 수입한다며 성남세관에 환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분류원에 사전심사를 신청한다.

김 의원은 "A사와 동일품목이라 B사의 경우 0%로 직권결정 할 수 있음에도 분류원은 협의회를 개최하고 이후 위원회에까지 안건을 상정했다"며 "결국 A사의 과정이 완결성을 갖지 못하자 이에 대한 처리를 위해 B사의 신청건을 위원회까지 올린 것이 아닌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뒤늦은 '땜질'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당초 A사가 발단인 만큼 A사부터 (위원회 심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결국 관세청은 위원회를 열고 B사의 신청을 긴급안건으로 회의 하루 전 상정하고,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과세율 인하가 결정됐다. 관세율을 0%로 낮추자, 관련 업체들도 줄줄이 관세환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세관 행정사무관이 이같은 결정에 반발, 환급을 거부하자 관세청을 환급을 거부한 직원에 대해서 '직위해제' 등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비해 최초에 직권으로 관세율을 바꾼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징계'에 그쳤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관세청은 6월에 품목분류위원회 결정은 적법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환급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직원부터 중징계했다"며 "처음 규정을 어기고 관세율을 직권으로 바꾼 직원에 대해서는 품목분류위원회 결정이 끝난 올 3월 내부의뢰를 받고 나서야 감찰에 나섰고, 7월 경징계를 내렸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품목분류를 나중에 바꿀 때는 협의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며, B사의 사안을 가지고 품목을 분류한 부분은 문제 되지 않으며, 불법도 아니"라며 "품목분류위원회에 (B사 안건) 상정했을 때 A사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청장은 "품목분류위원회에서 양쪽 의견을 모두 경정한 상태에서 관세율 0%가 맞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환급을 거부한 서울세관 직원에게 명령을 내렸음에도 끝까지 거부해 중징계한 사항이며, 처음에 관세율을 직권으로 바꾼 직원이 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환급거부가 옳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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