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쏘면 7초만에…" 그라운드제로, 미국은 불안하다

[the300][춘추관][뉴욕리포트]② 9·11의 충격, 대북 강경론으로

김성휘 기자 l 2018.10.12 15:41

편집자주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9월 23~27일 뉴욕 방문을 취재했다. 문 대통령이 주도하는 2018년 한반도의 대전환은 멀리 뉴욕 곳곳에서도 느껴졌다.

뉴욕 그라운드제로 전경(홈페이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밤.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방문 취재차 뉴욕에 도착했다. 도착 당일엔 문 대통령의 외교일정이 없었다. 기자단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지하철을 탔다. 목적지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곳이다.

N(엔) 라인 지하철 코트랜드 스트리트 역에 내렸다. 눈부시듯 하얗고 밝은 공간이 나타났다. 어둡고 경건한 추모시설을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이곳은 오큘러스(The oculus). 9·11 추모(memorial) 건물군의 하나다. 지하철과 기차 등의 환승역이자 쇼핑몰이다. 타원형 벽면을 따라 촘촘히 이어진 흰 기둥은 교회 같기도, 거대한 공룡의 갈비뼈 아래 들어온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줬다.

밖으로 나서자 진짜 그라운드제로가 펼쳐졌다. 캄캄한 밤, '쏴' 하는 물소리가 났다. 두 개의 무역센터 자리는 그대로 깊은 사각형 인공연못이 됐다. 물줄기는 위로 향하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바닥을 알 수 없이 깊은 슬픔을 나타낸 듯 했다.

희생자의 이름들로 홈을 판 철판이 가장자리를 빙 둘렀다. 철판 아래 조명 덕에 이름들은 은은하게 빛났다. 희생자의 생일에 이름 홈에 꽃을 꽂아 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실제로 흰 장미가 꽂힌 이름도 보였다. 연못 옆엔 기념관이 있고, 나무 몇 그루가 '생존자의 숲'도 이루고 있다.

연신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이로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미국은 역사상 본토가 공격 받은 적 없는 나라다. 9·11은 모든 것을 바꿨다. 국토안보부 창설이 대표적이다. 그날 이후 모든 정부운영의 최우선 원칙이 '국토안보'가 됐다. 특히 이민·영사·안보 정책에선 국토안보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뉴욕 맨해튼과 그라운드제로 위치/구글맵


뉴욕 그라운드제로 배치도/구글맵


미국의 이런 경험은 북한을 보는 불안감과 강경론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치부를 들춘 밥 우드워드의 책 '피어'(FEAR)에도 담겼다. 이 책은 공교롭게 맨 처음 에피소드부터 한국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언급한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미군 2만8500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미국은 극비리에 특별액세스프로그램(SAP)도 가동하고 있다. 이걸 통해 북한 미사일을 발사 7초만에 감지할 수 있다. 알래스카 기지에서는 15분이 걸리는 일이다. 

우드워드는 "북한은 ICBM에 핵탄두를 실어보낼 수 있고, 아마 미국 본토에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서 쏜 미사일이 38분이면 LA에 닿을 수 있다"고 썼다. 이 38분 중 15분과 7초의 차이, 14분53초는 수많은 목숨이 달린 어마어마한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검토한 게 이 같은 미국의 안보이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최악의 경우라도 미국의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게 북한의 위협이 과장됐다고만 하기 어렵다. 이 불안감을 극복하거나, 설득해내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로 근접할 수는 있어도 마지막 꼭지를 딸 수 없다. 좋든싫든 미국의 힘과 선택이 한반도 문제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다녀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지만 '종전선언'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5·24 조치 해제가 거론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승인(approval)이란 말까지 쓰며 제동을 걸었다. 그라운드제로에서 느낀 서늘함이 다시 떠올랐다.
【워싱턴=AP/뉴시스】11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에서 열린 인신매매 종합 대책 관련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18.10.12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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