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 못해, 화장실 못가, 휴게실 못써" …어떤 직업?

[the300]이용득 민주당 의원,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2806명 근무환경·건강실태 공개

안동현 기자 l 2018.10.17 17:54

17일 오전 국회에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조사결과'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근무자들이 화장실을 제 때 이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시거나, 앉아 있는 등의 기본적 권리도 보장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원들은 방광염·성대결절·안구건조증·하지정맥류·족저근막염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선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생생한 사례가 발표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2806명의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근무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했다. 
 
김 교수는 "백화점·면세점의 경우 근무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2806명의 근로자 중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2173명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처럼 화장실을 제 때 가지 못해 방광염을 겪는 근무자의 비율은 2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 2806명 중 1185명의 근무자들은 ‘화장실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목이 마른데도 물을 안 마신다’고 응답했다. 백화점, 면세점은 건물 특성상 건조하고, 판매 근무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충분한 물을 섭취하지 못해 근무자들의 성대결절과 안구건조증 비율은 각각 5.2%, 38.4%로 나타났다.

또 여성 근무자의 경우 화장실을 가지 못해 ‘6개월 간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지 못한 경험’의 비율이 40%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약 17%의 여성 근무자들이 피부질환과 염증을 겪었다고 답했다.

‘근무 장소에 직원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앉을 수 없다’는 비율은 66%였다. 이로 인해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의 질병을 겪는 비율이 각각 15.3%, 7.9%로 조사됐다.


휴게실 사용 여부에 대한 설문에선 1630명(58.1%)이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휴게실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휴게실의 의자 수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65.7%로 가장 많았다.


이 의원은 "앉을 권리, 휴식할 권리, 화장실 이용 같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 현장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백화점·면세점 판매원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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