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아이콘 프란치스코 교황, 힘받는 동북아 역할론

[the300]한반도 평화에 일관된 관심 보여…교황청-北 '제로' 관계 청산할까

최경민 기자 l 2018.10.17 17:13
【산조반니 로톤도 (이탈리아) = AP/뉴시스】 이탈리아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비오 신부의 고향이자 활동무대인 남부를 방문한 프란치스코교황이 산 조반니 로톤도에서 지난 3월17일(현지시간) 신자들을 만나고 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만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식하는 단어로 검소·겸손과 함께 평화가 꼽힌다. 역사상 첫 방북을 통해 동북아 평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 국민이라면 2014년 방한 때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손을 잡아줬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는 위로의 메시지도 국민에게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한국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평화의 씨로서, 이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면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한반도 정세에 별도로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는 없지만, 남북한 통일이 남북 간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이뤄지길 희망해왔다. 한반도에서 안정 유지가 세계평화 유지에 기여한다고 평가해왔는데 이 기조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 무드가 달아오르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는 빈번해졌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약속에 기도로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북미 정상회담 때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대교황청 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인 점도 한반도 평화에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를 최초의 대통령 취임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묵주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문 대통령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교황청 대사로는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임명했다. 한국의 대교황청 외교에 상당한 무게감을 실은 인사다.

교황청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제로’에 가깝다는 점은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경우 교황청과 1963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교황의 세 차례 방한이 이뤄졌던 것과 차이난다.

북측의 경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북이 몇 차례 거론된 적은 있지만 불발됐다. 1990년대에 교황청이 북측에 인도적 지원을 한 게 전부다 . 교황청의 외무차관 등이 방북해 인도적 지원을 협의했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렌스에서 출생했다.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1998년 대주교가 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슬럼가에 주둔하는 사제의 수를 배로 늘린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직접 운전을 하는 등 겸손·검소한 생활태도를 보여왔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일관된 모습으로 전세계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 교황의 순금 십자가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장 시절부터 착용한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착용하고 있는 게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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