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산자중기위]한수원보고서·北석탄수입의혹…13시간의 '진실공방'

[the300]한수원 보고서 두고 野"정부 은폐" vs 與 "잘못 계산된 엉터리보고서" 싸움

김하늬 기자 l 2018.10.19 01:09

1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부 원전·전력분야 산하 기관 국정감사- 홍일표(한), 조배숙(평), 이훈(민),이언주(바), 최인호(민), 정유섭(한), 위성곤(민), 정우택(한), 권칠승(민), 김규환(한), 김성환(민), 김관영(바), 박범계(민), 홍의락(민), 곽대훈(한), 이용주(평), 박맹우(한), 백재현(민), 윤한홍(한), 강길부(무소속), 김기선(한), 박정(민), 어기구(민), 이철규(한), 김삼화(바), 우원식(민), 장석춘(한), 송갑석(민),이종배(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야당은 지난 6월 한수원 이사회의 폐쇄 결정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날치기 통과"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한수원이 알아서 긴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한수원은 "이사회의 자율적 판단"이었다며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당은 원전 사고시 주민 피해보상 한도 상향조정, '新 먹을거리 사업'으로서 원전해체 인력 양성 및 전환, 한전과 발전5사의 허울뿐인 '무재해 주장' 등 기관의 정상화에 질의 초점을 맞췄다.

◇野 "탈원전 정책에 한수원 알아서 기어 vs 정재훈 한수원 사장 "경영 불확실성 최소화= 야당의원들은 또 한수원의 결정이 '정권 눈치보기'라고 맹공했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한수원 사장은 출중한 행동대장으로서 역할을 했다"며 "정부 뜻에 따라 폐쇄 결론부터 미리 만들어 놓고 임의로 가동률을 낮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이사회가 알아서 긴 게 아니냐"고 물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도 "한수원은 정부 간섭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하지만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원자력연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 연구보고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뜨거운 감자'였다. 야당은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탈(脫) 원전' 정책으로 발전단가가 급등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과 여당 의원들은 "연구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수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단가 분석, 8차 전력수급계획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30년 발전회사 평균 발전단가를 ㎾h당 258.97원으로 현재보다 157.66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제7차 수급계획상 전망치(161.80원) 보다 97.17원 높은 것이다.

김 의원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탈원전 정책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겐 "보고서의 예상대로 전기요금이 오르게 되면 책임을 지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정 사장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엉터리 보고서가 오늘도 쟁점이 됐다. 지난 6월 이 보고서는 오류 인정 의견서를 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엉터리 보고서가 아직도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게재돼 있다"며 "재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질책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보고서의 한계와 오류를 분석해 봤다"며 김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신재생 발전설비를 위한 투자비용이 이중 계산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기술개발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의 가격하락 가능성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잘못된 데이터를 가지고 탈원전으로 비용이 들어 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한수원 중앙연구원의 보고서와 관련,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정 사장은 "죄송하다. 대책을 세우겠다.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저런 보고서가 어떤 형태로든 나와 혼선을 끼쳐드린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상임위원장인 홍일표 위원장도 모든 의원들의 질의가 종료된 뒤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백지화를 정해 놓고 절차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6월15일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의 건설사업 종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선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과의 보상 문제로 취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천지·대진 원전 취소 사유를 물었다. 정 사장은 "정부의 발전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됐는데 매년 오히려 세금을 내야했기 때문"이라며 "경영을 튼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결국 밖에서 볼 땐 정부 방침에 따라 취소한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사고 보상한도 상향, 신한울 3.4호기 보상문제 '논의'= 여야 의원들은 원전 관련 주민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같이했다. 여당은 원전 사고시 손해배상을, 야당은 원전 중단에 따른 기업 및 주민 보상을 각각 주문했다.

먼저 어기구 민주당의원이 ‘원전 사고시 주민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가 4700억원에 불과한 것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배상한도가 낮은 편이라 생각한다”며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17.10.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 의원에 따르면 현재 원전 사고가 날 경우 주민에게 지급되는 손해배상 지급한도액은 원전 부지당 약 4700억원이다. 독일(약 3조1200억원), 일본(1조1200억원), 스위스(약 1조2000억원) 등에 비해 매우 낮다. 이에 정 사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중심으로 법을 개정해 배상한도를 높이는 쪽으로 검토가 진행중”이라며 “안전이 중요한 만큼 한수원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면 한도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수원은 조기 폐쇄 결정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항소심에 대해 "취하 가능성 등에 대해 신중하게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를 결정한 터라 실익없는 수명연장 무효소송 항소심을 취하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 사장은 "우리는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무효소송에서 원안위 결정을 취소한 1심 판결이 나오자 지난해 3월 시작된 항소에 제3자 소송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함께 피고인으로 소송에 참가하고 있다.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받아들였기에 CEO로 와 있고,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한 만큼 시간을 준다면 (소송 취하에 대해) 재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월성 1호기 조기 폐로와 신규 원전 백지화에 따른 보상 방안 마련도 촉구됐다. 홍일표 산자중기위원장은 "헌법에는 정부의 적법행위로 손실을 본 사람에겐 손실 보상을 해줘야 하고,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는 손해 배상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런 문제로 독일에서도 탈원전 과정에서 위헌소송, 위헌판결이 나오고 수 조원의 배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법률을 제정해서 보상 규정을 분명히 한 뒤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 문제로 한수원이 두산중공업 등과 보상 문제를 논의 중인 데 대해서도 "이런 상황에서 과연 취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절차적인 문제가 나온다"며 "탈원전을 하더라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은 北석탄반입 '진실게임'…말 한 사람은 있고, 들은 사람은 없다?=북한산 석탄 수입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았던 한국남동발전이 국정감사에서 "통관보류 사실은 알았지만 북한산으로 의심된다는 사유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반면 관세청 담당자는 "당시 통관보류 사유를 통보했다"고 엇갈린 증언을 해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전원자력연료, 한국남동발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북한산 석탄 불법 반입 논란과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다. 2018.10.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서 남동발전은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두 차례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았다. 다만 관세청은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기선 한국당 의원은 "관세청이 조사해 발표할 때까지 화주인 남동발전 사장은 북한산 석탄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며 "엄중한 사안을 화주가 몰랐다고 하는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관세청 동해세관의 수입 통관담당자였던 정민혜 현 인천세관 반장에게 "지난해 11월 진룽호에 대한 통관 보류 당시 남동발전의 통관을 대행한 관세법인 한주에 북한산 문제라는 사실을 통보했냐"고 물었다. 정 반장은 이에 "통보했다"고 증언했다. 또 의심 석탄의 조사를 담당했던 나영기 관세청 동해세관 조사심사팀 반장도 당시 남동발전의 석탄 수입 담당자였던 김낙기 남동발전 차장을 조사하면서 "북한산 의심이라는 것을 얘기했다"고 했다.

반면 한휘선 한주 대표는 "담당자에 따르면 북한산 위장반입에 대한 통보는 없었고 원산지 조사 건으로 통관이 보류됐다는 내용을 남동발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김낙기 남동발전 차장도 "동해세관을 방문했을 때 북한산 우회수입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자 같은 당 김 의원은 "남동발전은 누가봐도 믿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며 홍일표 위원장에게 유향렬 사장과 김낙기 차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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