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화제된 조연…국정감사 '씬스틸러 8'

[the300][국감 보고서]<중>-⑤고구마 답변부터 눈물어린 호소까지

김민우 기자 l 2018.11.01 05:20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연인 국회의원보다 조연인 증인·참고인이 더 화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의 눈을 잡아 끈 이른바 '씬스틸러' 베스트 8을 뽑아봤다.

김용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외협력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헤드렌턴을 착용한 채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악어의 눈물? '짝퉁명품'입고 헤드랜턴 달고나온 한유총 관계자
이번 국감은 '비리유치원 국감' 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유치원 비리 사태가 최고의 이슈였다. 국감 증언대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가 선 장면도 그만큼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이날 김용임 한유총 비대위 전북지회장 겸 대외협력부장은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국감장에 나타나 울먹였다. 그는 랜턴의 조명을 켠 뒤 "아침마다 눈 뜨면 마당에서 일하기 위해 새벽부터 이렇게 불을 켜고 일을 한다"며 "아이들 30명 데리고 인건비를 못 받아간다는 원장도 많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크게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그가 입은 흰색 셔츠가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의 제품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명품 셔츠를 입고 등장해 어렵다고 호소하는 김 지회장의 눈물을 누리꾼들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후 60만원대 명품옷이 아니고 4만원대 짝퉁임을 별도 인터뷰를 통해 해명하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이머 복장 터트린 김택진 명언…"확률형 게임아이템은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한 장치"

김택진 엔씨소프트(NC SOFT) 대표는 확률형 게임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해 "확률형 게임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아이템을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정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습득률이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자 복권"이라는 주장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또 "도박은 금품을 걸고 하는 것이지만 리니지M의 경우 요행을 바라보고 금품을 취득하는 게임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리니지M 게임을 실행하면 '사행성'이라는 마크가 버젓이 뜨는데 사행성이 아니라니 무슨 말장냔이냐며 분노했다. 또 의원들의 질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모처럼 만들어진 확률성 아이템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준비해온 자료를 이야기하는데 급급했고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 국회의 권위를 앞세우려는 전형적인 국정감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18.10.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술자리에서는 쌍욕도 잘 한다던데"…존리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구글코리아 사장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두번이나 출석했다. 그는 조세회피를 비롯한 ICT기업의 역차별 등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에 과방위는 의결을 통해 그를 종합감사에서 또 한차례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리 사장은 종합감사에서도 구글의 이용자 위치정보 무단 수집, 구글세, 가짜뉴스 방치 등 각종 논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또 간단한 질문도 통역을 듣고 답변해 의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술자리에선 한국말로 쌍욕도 잘한다고 들었다"며 "통역 시간이 지난번 보다 두 배는 늘어난 걸 보니 정밀통역을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도 "집에서는 한국말 잘 하신다고 하면서 한국분과 사신다는데 어째 저러시는지 모르겠다"며 "한국말을 할 줄 알면서 굳이 통역을 쓰는 것은 국감 시간을 방해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고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용승계, "헌드레드퍼센트?"…카허 카젬 GM사장 "예스"

카허 카젬 한국지엠(GM) 사장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앞선 증인들과 달리 명쾌한 답변으로 보는이들의 마음을 시원케 했다. 카젬 사장은 법인 분할과 관련, (신설) R&D법인이 100% 고용승계를 하는지 분명히 해달라는 질의에 "그렇다. 지금 현재 연구개발 직종에 종사하는 모든 직원은 승계가된다"고 답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이 다시한번 확답을 받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헌드레드 퍼센트? (Hundred Percent?)" 라고 묻자 카젬 사장은 웃으며 "예스(Yes)"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젬 사장은 이날 "한국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철수한 군상공장 재활용방안에 대해 카허 카젬 사장은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현재 군산공장 미래 활용방안 관련해서 여러 관심 갖는 곳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 내용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유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나라 어디에도 없습니다"…국민 울린 이국종 

아덴만의 영웅을 구한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 소신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일명 '닥터헬기'가 소음민원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 근처에 착륙이 불가능한 현실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같은 수준의 인계점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헬기에서 상호간 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현실도 전했다. 영국의 경우 헬기에서부터 수술을 시작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증외상환자가 수술받기까지 평균 7시간이 걸리는 현실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하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 백종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특강 잘 들었습니다"…이날의 국감스타 '백종원'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는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국감은 그야말로 '백종원 국감'이었다. 오후 한때 여야 갈등으로 정회까지했던 상임위는 백대표의 등장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부 의원들은 백 대표가 출연중인 '골목식당' 프로그램 촬영을 자신의 지역구에 와달라고 부탁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여‧야는 이날 600만 소상공인이 영업 악화로 위기에 빠진 점에 공감하고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백종원 대표에게서 해법 찾기에 몰두했다. 백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개맹정감 상생방안, 무분별한 창업의 위험성 등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여과 없이 밝혔다. 백씨가 퇴장하자 홍일표 산자중기위 위원장이 "백종원 특강 잘 들었다"고 평했다.

선동열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구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당황한 선동열 

20일간 실시된 국정감사 전반부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야구계 전설 선동열 야국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아시안게임 선수특혜 선발의혹을 받아 문체위 증인으로 출석했다.

선수선발 특혜 의혹 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준비미흡, 막무가내식 구태가 더 이슈가 됐다. 손 의원은 이날 선 감독에게 "아시안게임 야구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선 감독이 텔레비전을 통해 선수들을 체크한다는 점을 질책하기도 했다. 매일 5경기가 거의 동시에 실시되는 것을 모니터링 하기위해서는 텔레비전 중계를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질책이었다.

국감이 끝난 후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손 의원은 '야알못'(야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리하게 질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선발 특혜 의혹이나 병역특례 제도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주),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가 잡놈입니까"…잡놈 논란 곽용운 

29일 실시된 문체위 종합감사에서는 때아닌 '잡놈' 논란이 일었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곽용운 테니스협회장에게 "테니스계에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을 뜻하는 은어) 곽용운이라는 사람이 테니스협회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곽 회장은 "듣보잡이라고 하셨나. 제가 잡놈이냐"고 발끈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국회를 모독하는 거냐. 곽 회장이 협회장이 된 것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지원 덕분이라는 것이 테니스계의 정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혜자로 인식된다"고 하자 곽 회장은 "전 최순실, 김종이 누군지도 모른다. 팩트로만 말씀해달라"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도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국회를 능멸하는 경우는 해방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곽 회장은 "이 잡놈이 얘기 드린다. 그렇게 표현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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