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폭로한 박용진, 호치키스까지 신경 쓴 이유

[the300]][300TMI]민주당 의원 “노회찬과 같은 실수 반복할 수 없어”…실제 사례로 살펴본 면책특권의 내용과 범위

안동현 인턴기자 l 2018.11.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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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하지만 눈치 보지 않고 앞으로 가겠다.”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고의분식회계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삼성하고 관련된 일이라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 노회찬 의원이 삼성의 로비를 받은 검사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한 사건을 언급하며 “비슷한 실수, 똑같은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도대체 어디까지 해당되나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삼성 내부 자료 공개에 법률 자문을 받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과연 의원들의 면책특권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해 알아봤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내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2018.1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면책특권, 민주화의 보루=영국의회가 절대 왕권에 맞서 싸워 청교도혁명(1642), 명예혁명(1688)을 일으키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튼실히 했다는 건 유명한 역사다. 명예혁명의 결실인 권리장전에 처음으로 명시된 면책특권은 더 이상 왕권이 자의적으로 의회의 활동을 제한 할 수 없는 근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면책특권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헌법에 포함됐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도 명시됐다. 현재 헌법은 45조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면책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1986년 당시 야당 소속이었던 유성환 전 신민당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우리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구속됐다. 지금으로선 상식적인 말이지만, 그땐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검찰은 유 의원의 질의자체는 넘어갔지만, "유 의원이 질의에 앞서 질의서를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그를 구속 기소했다.

유 전 의원은 이로부터 6년이 지난 92년에 이르러서 대법원의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이나 표결뿐 아니라 여기에 부수하여 행해지는 행위까지도 포함해서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역시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었다.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면책특권 안 돼=하지만 2005년 고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면책특권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당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11년 대법원은 홈페이지에 정보를 게시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고, 노 전 의원은 통신 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노회찬 전 의원 사건에서 보듯이 면책특권의 법적 해석이 간단하지 않다"며 "기자회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부터 신중을 기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삼바 내부 문건이 기자회견문과 분리되면 면책특권을 받을 수 없다고 우려해 호치키스까지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회견장에 함께 나온 박 의원실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직접 전달했다. 서면으로 배포하지 않으면, 노 전 의원처럼 통실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의원과 보좌진들은 상당기간 법률 자문 등을 통해 회견을 열고 자료를 배포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국민 앞에 선 것이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국회의원의 활동이 면책특권에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그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안하는지 여부로 판단 돼야한다"며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면책특권에 배제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정보공개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막혀있다"며 "최악의 범죄인 분식회계를 공개하는 행위는 시민들의 알권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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