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위기"…'靑과 대립각' 김동연의 17개월

[the300]경제상황 책임론에 장하성 등과 갈등…'김동연 패싱' vs '마이웨이'

조철희 기자 l 2018.11.09 14:1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9일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한 가운데,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7개월 동안 김 부총리의 업무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문재인정부 핵심인사들과 자주 이견을 드러냈다. 특히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정권 '이너서클'에서 벗어나 있었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운 적이 적지 않다.

고용 등 경제상황이 악화된 올해 상반기부터 김 부총리의 대립각이 도드라졌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정책 등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효과는 커녕 부작용을 낳자 청와대와 정부 경제라인에 책임론이 대두됐고, 이 과정에서 장 실장과 엇갈린 경제진단과 분석으로 부딪혔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국회에서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전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하던 때였다. 장 실장이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말한 직후의 발언이었다. 당연히 둘 사이의 불화설이 나돌 수밖에 없었다.

김 부총리는 장 실장과 대립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멘토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도 갈등했다. 지난 5월 김 부의장이 "여러 지표로 보아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진단하자 "지금 경제상황을 월별 통계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결을 다소 달리하던 그는 '기재부 중심'을 외치며 '마이웨이'의 길을 가는 듯했다. 경제정책을 펴는데 기재부가 중심이 돼 혁신성장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방점을 뒀던 혁신성장을 강조해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을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것과 대비됐다. 그는 기재부 간부들 앞에서 "그동안 혁신성장을 추진하는데 정부 안에서 일부 제약이 있었지만 기재부를 포함한 경제부처가 역량을 모아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외쳤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문 대통령과도 각을 세우는 듯한 상황도 벌어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 경제수장이 대통령 입장을 정면반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곧바로 자신의 발언을 주어담았다.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해졌다며 "최저임금 효과가 크지만 일부 보완될 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답한 것"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는 '쎈 발언'을 하고는 뒤이어 해명하는 일이 적잖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이같은 태도를 '치고 빠지기식' 정무적 행동으로 해석했다.

교체설이 정점에 달한 이달 들어서는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연말쯤 경제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장 실장의 견해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자기 희망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금은 하방 위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7일에는 문제의 '정치적 의사결정 위기' 발언이 나왔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야당 의원 언급에 "경제가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청와대를 향해 작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저임금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주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튿날에는 자신의 발언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내 얘기를 그렇게 해석해서 쓸 수 있나 할 정도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기사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 입법, 경제구조개혁 입법 등이 경제 분야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주요 내용"이라며 "경제에 여야가 따로 없으며 이런 의사결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었지만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 전체에 날을 들이댄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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