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빈약한 홍남기-김수현 인선…'단일대오'만 남아

[the300]기존 경제정책 기조 유지…김빠진 인사 아쉬움

최경민 기자 l 2018.11.09 17:04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 2018.01.17.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9일 홍남기(경제부총리)-김수현(청와대 정책실장) 체제 구축을 통해 강조한 것은 '단일대오'다. 하지만 침체된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플러스 알파' 메시지는 결여된 인선이라는 평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및 김수현 실장 등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one team)으로 호흡을 맞춰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데 경제 투톱을 바꾼 이유로는 "인사와 관련된 기사가 이미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팀'의 훼손이 속전속결 인사의 원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느 때보다 더 합심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호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즉 정책적으로 갈등을 지속해온 김동연(혁신성장)-장하성(소득주도성장) 투톱 체제로는 '원팀' 유지가 더이상 힘들고, 이미 교체설이 언론 등을 통해 퍼져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이상 속전속결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을 통해 홍 후보자에 대한 '경제정책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김수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정책통이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청와대 측은 "경제는 홍남기 후보자가 야전사령탑으로 총괄하고, 김수현 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기대에 맞춰 '홍남기-김수현' 체제에서는 '김동연-장하성' 체제와 같은 갈등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의 '브레인'인 김수현 실장은 물론이고 홍남기 후보자도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에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홍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부터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단일대오를 만든 만큼, 경제정책은 '직진'이 예상된다.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정책이 예상된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노선을 일부 수정하기 보다, 더 힘있게 기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 유력하다. 정부 경제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문제는 현재 경제가 '원팀 구축' 하나로 풀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호황 국면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경기 침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결여된 인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인사를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기대하던 시장, 경제계, 관가 입장에서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인선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출범할 때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실장을 '깜짝' 영입해 신선한 충격과 동기부여, 그리고 기대감을 줬던 것을 떠올렸을 때 이번 인사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윤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선"이라며 "인사의 특징적인 키워드라면 포용국가, 원팀, 실행력. 정책조율 능력 네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나 홍남기 후보자나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두 분 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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