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는 분단 유물도 문화재로 만든다

[the300][이주의법안]강훈식 민주당 의원 '근현대 문화유산보호법’ 대표발의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정리=우경희 기자 l 2018.11.16 04:01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GP(감시초소) 철거를 진행중이다. 국군이 15일 강원도 철원중부전선 GP를 폭파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철거중인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인다.2018.11.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GP 철거는 문화재를 없애는 반문화적 행태”. 

지난 13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남북의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철거 중단을 요구했다. 하 의원은 “GP는 그 자체로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상징하는 역사유물이자 후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평화와 생명의 배움터이므로 GP를 역사유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가와 시도가 지정한 1만3326건의 문화재와 47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 불국사 석굴암·해인사 장경판전와 같은 세계유산, 조선왕조실록·직지심체요절 등 기록유산, 판소리·강릉단오제 같은 무형유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지정문화재에는 3940건의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국가무형문화재, 국가민속문화재와 724건의 등록문화재가 있다. 

등록문화재란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보존과 활용을 위한 특별히 조치가 필요한 것을 말한다. 종교, 업무, 교육, 주거숙박, 전쟁관련, 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시설을 망라한다. 등록문화재의 기준은 원칙적으로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이 지난 것이어야 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근현대 문화유산보호법’이다. 등록문화재는 만들어진 후 50년이 지난 건축물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따라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장래에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 또는 문화재가 될 것이 예측되는 건축물이 보호받지 못한다. 평창올림픽 시설물 같은 국가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이나 유지비용 등의 문제로 철거되는 문화유산급 건물들을 예비문화재로 등록해 보호, 관리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2005년 우리나라의 중요한 근대건축물 2개가 철거됐다. 주식거래가 처음 시작된 근대 상업화의 상징인 대한증권거래소가 철거됐고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카라극장(구 수도극장)은 소유자에 의해 아무런 통보 없이 허물어졌다. 

반면 근대유산에 대한 완화된 보호조치인 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후 1959년 착공된 국내 최초 원자로, 1976년 양산된 국내 첫 고유차 현대차 포니(Pony) 등은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1968년 개발된 신품종 볍씨 통일벼, 1983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시작인 삼성전자 ‘64K D램’까지 50년이 미경과된 문화재도 일부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라디오 A-501, 우리나라 최초의 금성 냉장고 GR-120, 샛별 TV VD-191,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 ㅎㆍㄴ글 1.0 패키지 등 일상과 함께했던 물건들도 등록문화재다. 

◇“이 법은 타당한가?”=현재 문화재 보호는 과거 전통사회 기반의 관점에서 문화재를 바라보는 지정 문화재 중심이다. 세계적으로 근현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현대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산물인 경제, 사회, 문화적 증거물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 등에서도 문화유산의 기준을 역사성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문학성, 예술성, 학술적 중요성 등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등록 문화재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와 생활양식의 변화와 더불어 멸실되거나 소멸되는 잠정적 문화재인 현대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예비 문화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예비 문화제 지정 이후의 문제가 남아있다. 예비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예비문화재 보호 및 훼손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현상변경을 하려면 신고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경우에 따라 관리를 위한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 일반에게 공개하거나 활용하도록 할 경우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또 예비문화재가 나중에 반드시 지정문화재나 등록문화재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예비문화재 지정후 일정기간이 지나 요건이 충족되면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로 등록이 연계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등록문화재에는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들이 여러 건이 있다. 1948년 만들어진 철원승일교,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의릉 구 중앙정보부 강당, 남북한 건설공법의 차이를 보여주는 강원도 고성합축교 등이다. 

고성합축교는 북측은 1948년, 남측은 1960년도에 일부씩 만들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근현대문화재에 대한 관점도 동시에 확장돼야 한다. 비무장지대와 그 안의 GP도 마찬가지이다. 한반도 평화는 분단의 유물을 문화재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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