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엿보기]"속기사 위치 맘에 안들어" 신경전 벌인 정치인…왜?

[the300]16일 세법개정안 심사 첫 개시…여야가 첫 기재위 조세소위서 '으르렁'거린 사연

이건희 기자 l 2018.11.16 14:04
김정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여야가 16일 20대 국회 후반기 첫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오는 30일까지 2주 동안 주 3회(월·수·금) 진행될 조세소위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시작부터 소위 운영방식에 대해 기싸움을 벌였다.

조세소위는 이날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우 조세소위원장의 개의 선언으로 심사의 첫 문을 열었다. 참석한 의원들은 각자 "열심히 일하겠다", "성과를 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조세소위가 이번에 다룰 세법개정안의 수는 총 574건이다. 시간이 촉박해 의원들 일부는 "밤을 새야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장기전이 예고된 만큼 의원들은 심사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의사진행발언에 나섰다. 시작은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조세소위에서도 당부했지만 의원 입법을 두고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있다"면서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이 충분히 관계자 의견을 들은 뒤 이들이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입법에 대해선 정부가 설명하고 의원 입법에 대해선 정부와 분리 심의를 하자"며 "정부 측은 밖에 있다가 필요하다고 할 때 정부 의견을 듣자"고 제안했다.

여당 의원은 난색을 표했다. 서형수 민주당 의원은 "입법권은 국회에 있지만 집행권은 행정부에 있다"며 "의원 입법에 대해서도 집행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도 "조세소위 사안은 국민생활과 밀접해 소위서 결정될 법에 대한 정부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전문위원이 심사할 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사전에 서면으로 받아 회의하는 날 첨부해달라"며 "회의 당일엔 이해관계자들 중 책임있는 분이 나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속기사들이 앉은 위치를 두고 불편함을 호소한 의원도 있었다. 다른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다른 조세소위 내 속기사 위치 때문이었다.

이날 조세소위에선 위원장과 소위 의원들이 긴 책상에 둘러앉은 가운데 위원장과 마주보는 끝 자리에 속기사들이 앉았다. 통상적으로 다른 상임위 법안소위에선 법안심사 소관부처 차관 등 관계자가 앉는 자리다.

지난 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던 권 의원은 이날 "소위를 하면 정부 측 관계자와 토론을 해야하는데 (옆 쪽에 비켜앉아있어) 목이 아파 어렵다"며 "다른 소위는 정부가 책상 끝에 앉는데, 속기사 위치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자리 정돈을 위해 5분 간 정회했다. 하지만 바로 자리를 옮기는데 어려움이 있어 다음 소위부터 정돈키로 결정하고 회의는 다시 속개됐다.

소위 운영 규칙을 두고 여야 간 갑론을박이 약 30분 간 벌어졌다. 본격적인 심사는 오전 10시30분이 넘어서 시작됐다.

여야는 국세기본법 개정안 7건을 일독(一讀)했다. 이 중에서 여야는 '체포·구속 또는 유치된 사람에 대한 송달 특례 신설'을 제안한 정부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법무부·국세청과 협의해 만든 수정안대로 만장일치 의결을 합의했다.

수정안에는 납세서류를 받아야 할 사람이 체포·구속·유치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교정시설의 장이나 국가경찰관서의 장에게 송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여야는 △공공기관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와 조세포탈 현황 공개 △국제거래에 대한 부과 제척기간 연장 등의 안건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뤘다. 이 밖에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할 권리 신설 등의 안건은 결정을 보류하고 정부 측의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