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 의원정수 확대까지 추진한다

[the300][런치리포트-선거개혁 정국 흔들다]①국민불신 넘어설까, 논의 아닌 '결단'의 시기

조준영 기자, 이상원 인턴기자 l 2018.11.20 04:01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된 지 3개월 만에 특위가 가동됐다. 특위가 다룰 핵심 주제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밥줄'이 달린 문제다. 현 정치권 구도는 양당과 다당의 불편한 동거다. 겉으로는 다당제지만 거대 양당 체제의 힘이 여전히 굳건하다. 

근본 이유는 선거제도다. 승자 독식의 구도 속 비례성이 떨어진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목소리는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단체·학계도 줄곧 제도 개선을 주장해왔다. 

그나마 원론적 수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게 '연동형 비례제'다. 다만 한단계 더 논의를 전개하면 의원정수 확대 등까지 다뤄야 한다. 정치적 유 ·불리, 기득권 유지 등 걸림돌도 만만찮다. 

◇현행 병립형 선거구제, 대거 사표양산·거대정당 독식 해결해야 = 현행 선거제는 병립형 선거구제로 불린다. 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제가 함께 운용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 때면 투표소에서 2개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문제는 두 선거제도가 '연동'돼지 않고 따로 계산된다는 데 있다. 지역구 중심의 선거 제도가 워낙 강해 투표에 행사된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다득표자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거대정당의 독식은 반복돼왔다. 단 한 표만 많이 받아도 당선되는 구조 탓에 다른 후보에 행사한 표는 사표로 전락한다.

실제 선거에서도 득표율과 의석점유율간의 심각한 괴리가 발견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25.54%의 정당득표율로 41%(123석)의 의석점유율을 차지했다. 

최근 실시된 6·13 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반복됐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민주당은 50.92%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의석수는 총  110석 중 102석을 차지했다. 절반을 조금 넘는 득표율로 무려 92.73%의 의석을 차지하며 현행 선거구제의 비정상적인 불비례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지역구에 비해 턱없이 적은 비례의석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지역구 의석 비율(84.3%, 지역253:비례47)은 혼합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지역대표성 외에도 비례제 확대를 통해 계층적·정파적 대표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연동형 비례대표, 민의 온전히 반영할 대안 '급부상'=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지역에서 반영되지 못한 민의를 비례제에서 충분히 살려 의석 결정에 반영하자는 논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국회에 제출한 개정의견을 통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국회의원 정수는 기존 300명으로 유지하되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5%)범위에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선관위가 예시로 든 6개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등이다.

선관위안에 따르면 권역별로 미리 확정한 총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게 된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순위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와 비례간 연동이 이뤄져 기존에 소수정당에 투표해 대거 사표가 된 민의가 의석에 반영된다.



하지만 비례제를 확대하는 데 따른 지역구 축소가 문제다. 지역구 의석이 줄면 국회의원이 담당할 지역이 지나치게 넓어진다. 이미 현재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이 존재한다. 인구는 적고 지역은 넓은 농어촌 밀집지역이 그렇다. 

실제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총 5개 지역을 대표한다. 선관위 안대로 선거제가 변경될 경우 이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넓은 선거구는 선거 운동의 비효율성 뿐만 아니라 지역 민심 수렴을 어렵게 한다. 비례성을 늘리려다 되려 지역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의원정수 확대, 국회 결단에 달려있어=결국 돌고돌아 정개특위의 핵심은 '의원정수 확대'로 모아진다. 선거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현 300명에서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는 17만명. 우리와 같은 단원제를 채택한 뉴질랜드(4만명), 스웨덴(3만명)에 비해 상당히 높다. 학계에서도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최소 346명부터 최대 572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의원 정수 확대는 뿌리깊은 국회 불신을 뛰어넘지 않는 한 어렵다는 의견 역시 만만찮다. 결국 의원들의 '결단'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88년 국회의원 정수를 299석으로 고정한 이후 30년동안 정수는 큰 변화없이 유지돼왔다. 2000년 16대 국회에서 외환위기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수를 273명으로 줄였다가 2004년 17대국회에선 다시 299명으로 돌려놓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세종특별자치시가 별도 지역구로 신설되면서 국회의원 정수가 300석으로 늘어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역구와 비례간 의석비율만 미세하게 조정할 뿐 전체의석을 변경하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헌법 제41조 2항엔 국회의원의 수를 '200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지금까진 통상 200인 이상 300인 이하라는 뜻으로 해석해 왔을 뿐이다. 공직선거법 제21조는 '국회의 의원정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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