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지역발전 효과 적다"…'시즌2' 먹구름

[the300]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지자체 협조 미비, 정주여건 개선 지연"

이재원 기자 l 2018.11.19 17:36
1일 세종시에 내려 앉은 안개/사진=뉴스1

2003년 추진 계획을 수립해 2007년부터 본격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올해로 12년을 넘겼다. 이전대상 기관 153개 기관 중 150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세종특별자치시와 전국 곳곳에 들어선 혁신도시로 흩뿌려진 공공기관은 목표대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분권에 기여했을까?

남은 기관을 두고 공공기관 이전 '시즌2'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지방세 수입 증가, 고용 기회 증가 등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이 부정적인 평가다. 이전한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조가 미비한데다,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점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입조처)는 최근 발간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정착 실태와 향후 보완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들을 포함, 공공기관 이전이 제대로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는 네 가지 이유를 지적했다.

먼저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이전공공기관에 기부활동 및 지역활동 사업에 참여를 요구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대부분 봉사활동 등 일회성ㆍ일방향성 행사의 비중이 높다"며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경우 재정여건 등으로 지자체 요구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것 역시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축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청사 건립은 대부분 완료된 상황이지만, 대중교통 인프라나 주거환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시설 및 상업시설에 대한 확충 요구도 크다.

이같은 정주여건 개선의 지연으로 공공기관 근무자들의 가족이주 비율도 전체 인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은 48.0%에 그친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입조처 조사에서 "영유아 자녀가 아플 경우 근처 응급실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사이의 협조가 미비한 것도 문제다. 혁신도시법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혁신도시별 발전계획(5년 주기)을 수립할 때 이전공공기관 등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지만,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조처는 "지자체와 이전공공기관의 협의 부족으로 공공기관, 기업체, 지역대학 등 협력체계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며 "혁신도시가 지역발전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는 지역인재 채용제도 의무화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는 공공기관이 소재하는 지역에 있는 지방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을 우선하여 고용하는 제도다. 2022년부터는 30%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의무 채용에서 생기는 제한적인 경쟁에 따른 부작용 소지도 있다는 진단이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인력 배출의 한계가 있는 지역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에 대한 성과 향상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입조처는 △혁신도시와 주변 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과의 연계 △생활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생각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이전 '시즌2'도 동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해찬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제안했지만, 공공기관 이전 효과에 대한 결과를 지켜본 뒤로 추진 시기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9월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12개의 공공기관을 이전에 대해 당정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당 내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적극 추진에 나서는 듯 했지만, 정부·청와대 등이 뚜렷한 화답을 내놓지 않으며 뒤로 밀린 모양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문제는 이미 이전한 기관들의 성과와 효과가 제대로 취합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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