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공 넘어온 '사상초유 법관 탄핵'…한국당만 '반발'

[the300]與·바른미래·평화·정의 "사법부 환골탈태 환영"…한국당 "삼권분립 훼손"

백지수 기자 l 2018.11.19 21:03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전국의 법관 대표들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법관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논의할 전망이다. /사진=뉴스1

전국 법원의 대표 법관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양승태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상 초유의 판단을 내린 가운데 탄핵소추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날 결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 정당은 모두 사법부의 '환골탈태'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당만 국회의 권한인 탄핵을 법관들이 간섭했다며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탄핵은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65조1항)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이런 권한행사에 대법원장 건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간섭할 권한도 없고 관여하는 자체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관들이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위헌으로 판단한 데 대해서도 윤 대변인은 반발했다. 그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 사건에 대해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단정하는 합리적 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27조4항의 무죄 추정 규정을 내세우며 "관련 사건은 이제 막 재판을 시작하는 단계다.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도 말했다.

윤 대변인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정이 정권 눈치보기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김 대법원장 출범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특정 정치세력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사법부의 정치화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여당과 다른 야당들은 법관들이 스스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칼을 빼 든 데 대해 환영했다.

여당은 홍익표 수석대변인을 통해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법원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사법개혁을 바라는 소장 판사들의 제안이 반영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먼저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라며 "통렬한 자기반성과 내부의 자정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합의한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했다. 홍 대변인은 "국회도 특별재판부 설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과 사법개혁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에 야당의 즉각적인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전국 법관들의 이번 결정에 대해 "사법농단 사태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고백하고 자성과 쇄신의 의지의 밝힌 것"이라고 평가하며 "사법농단 사태를 앞장 서 해결해 사법부가 환골탈태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사법부 법관들에 의해 법관 탄핵 주장이 나온 것은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법관들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독립된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법관들의 의견은 사법부를 살리기 위한 옳은 결정"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정의당도 "사법 농단 사건의 주역들에 대한 구속과 압수수색 영장들을 법원이 수시로 기각시키면서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져만 가는 이 시점에 의미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회의 탄핵소추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정의당은 이미 원내 정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법 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며 "국회는 하루 빨리 사법 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차 정기회의에서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회의에서는 국회를 상대로 탄핵소추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검토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표현으로 정리됐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다음날 김 대법원장에게 내용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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