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단절된 勞政, 대화 없이는 해결 못한다.

[the300][MT리포트]文 참여정부 뼈저린 경험 재연할라…勞 강경일변도는 교각살우

김성휘 기자 l 2018.11.20 18:31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8.03.15.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정부 노·정 관계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의 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출범하지만 민주노총 없는 '개문발차'다. 민노총은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친노동'이란 수식어까지 감수했던 정부다. 그러나 일자리 위기에 탄력근로 확대, 규제개혁을 줄줄이 내놓았다. 노동계는 강경 일변도로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 대화가 없으니 타협도 없다. 15년전,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참여정부와 노동계가 반목했던 상황이 재연되리란 우려가 높다.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주면"= 2017년 12월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정책, 노동정책이 노동계와 경영계에게 유익하다는 점을 반드시 증명해보이겠다"며 노·사 양측에 1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화 완전복원을 제시했다. 상생과 연대의 모범인 보건의료산업 노사, 금융업 노사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자신감이 있었다. 노와 사 모두를 끌어안고 대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노(勞)든 사(社)든 한쪽에 끌려갈 이유도, 빚진 것도 없다고 봤다. 그럼에도 노동계에 상대적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수년간 크게 낮아진 대정부 신뢰를 높이려 했다. 

1년이 다 돼가는 20일, 민주노총의 강력 반발도 '1년을 기다렸는데 돌아온 게 없다'는 실망감의 표출일 수 있다. 하지만 노조의 이런 대응은 교각살우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문재인정부에서 노동분야 진전을 이뤄야 노사가 윈윈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그 개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단절의 문제는 더 크다.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시작조차 못 한다.

문 대통령은 노조에 적극 다가갔다.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했듯 양대 노총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인도를 방문한 7월10일 쌍용차 모회사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는 익숙해도 해고자 복직 외교는 낯설다.

9월,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119명 전원복직에 합의했고 문 대통령은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고 심경을 보였다. 쌍용차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오래됐다. 문 대통령은 이달 동남아시아 순방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심리학 박사 정혜신씨의 책 '당신이 옳다'를 읽었다. 정 박사는 쌍용차 해고자를 위한 와락센터를 만든 인물.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여기를 방문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뉴델리(인도)=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인도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개최된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여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7.10.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도 노동계를 끌어안기가 벅차다. 탄력근로제 등이 불씨다. 일자리 돌파구로 관심을 모았던 광주형일자리 또한 타결이 쉽지 않다. 한국GM노조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인천부평 지역사무실을 점거했다. 

일각에서 '외상값'을 말한다. 문 대통령이 "갚아야 할 외상값이 많다"(6월18일)고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 대한 것은 아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자 고삐를 죈 것이다. 외상 갚을 방법으로 '친노동'을 말한 것도 아니다. 유능함, 도덕성, 겸손함 등 3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 박사의 책을 읽고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고 SNS에 직접 썼다. 다양한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말이지만 특히 지금의 노·정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읽힌다. 22일 경사노위 출범식때 문 대통령 발언이 주목된다. 

盧대통령, 軍 투입도 검토했던 파업= 노무현 대통령 임기 첫해에 화물연대 파업, 철도노조 파업이 벌어졌다. 각각 1, 2차 파업을 벌인 점, 2차는 1차보다 격렬했던 점이 판박이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의 회고에 따르면 화물연대도 철도노조도 1차 땐 정부가 '솜방망이'란 여론을 감수하며 타결을 이뤘다. 곧이어 일어난 2차 파업은 달랐다. 

공권력도 투입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부산항의 수출길을 막는 파업 방식이 부당하다고 봤다. 노 대통령은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군 대체인력 투입도 검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운명'(2011)에서 화물연대 관련 "(1차 파업) 그 성공에 도취했는지"라며 "2차 파업은 무리한 파업이었다. 정부도 온정으로만 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노동 쟁의 현장에서 노동변호사로 뛰었던 노변(노무현 대통령), 문변(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판단이 그랬다.

2018년도 마찬가지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민주노총은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다. '촛불'은 국민의 것이지 노동계의 전유물은 아니란 얘기다.

한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질과 무관하게 너무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어떻든 GM (노조를) 돕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라며 "민주노총도 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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