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짜리 전쟁 앞둔 국회

[the300][이주의법안]①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증권거래세 폐지법률안’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정리= 정진우 기자 l 2018.11.30 04:45



‘4조원’이 예산 국회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후 발표한 재정 분권과 유류세 인하 조치가 정부수입 예산에서 4조원의 결손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 때문이다. 여야 대립 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겨우 재개됐지만 4조원 전쟁으로 지연된 심사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 내 처리를 힘들게 한다. 

2019년 정부의 총수입 예산은 국세수입 299조원을 포함 총 481조원이다. 2018년에 비해 7.5%, 33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상당히 큰 폭의 증가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2018년 정부의 총수입은 예산에 비해 15조70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비해 32조9000억원이 더 걷히는 셈이니 정부의 2019년도 총수입 예산은 오히려 보수적 전망에 가깝다.

정부의 수입 예상치가 가장 틀린 부문은 국세수입이다. 올해 예산 대비 21조8000억원의 국세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비해서 24조5000억원이 더 걷히는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뿐 아니라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인한 증권거래세가 크게 늘었다. 2018년 정부 예산상 증권거래세가 정확히 4조원이었다. 실제 세수 예상은 6조4000억원으로 기타 세목 중 최고의 효자임이 분명하다.

예산 국회와 별개로 4조원짜리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조세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장이었던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증권거래세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조 의원은 주권 거래를 통한 이득에 대해 이미 양도소득세 과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 과세라는 논리, 손실이 났을 때도 과세를 하는 증권거래세는 과세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 등을 담아 법안을 냈다. 나아가 증권거래세 폐지가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효과도 적었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증권거래세는 주권이나 지분을 양도할 때 양도자가 내는 세금이다. 세율은 0.5%이지만 대통령령에 따라 현재 양도 대금의 0.3%를 납부한다. 

증권거래세는 처음 도입된 1979년부터 재정수입의 조달을 목적으로 했다. 소득세, 부가세와 같은 다른 조세와 달리 조세부담의 형평성이나 공정한 과세가 목적이 아니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도 불구하고 이익이나 손실과 관계없이 매도자에게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수확보의 용이성으로만 설명된다. 2017년 코스닥 시장에서 걷힌 증권거래세의 87%,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47%를 개인투자자가 부담했다.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증권거래세는 손실이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걷는 세금일 수 있다. 

◇“이 법은 타당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절반 정도인 17개국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주식거래시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거래세를 부과하는 국가들도 우리와 사정이 많이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0.1%, 그리스는 0.2%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영국의 경우 0.5%를 부과하지만 매도자가 아니라 매수자에게 인지세 개념으로 부과한다.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싱가포르가 0.2%로 세율이 가장 높다. 중국은 0.1%이다.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된다. 소득세법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2021년까지 코스피는 1% 이상, 코스닥은 2% 이상, 시가총액 3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까지 양도소득세를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도 3억원 이상 대주주는 11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경우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높은 세율, 양도자의 일방적 부담, 이중과세가 증권거래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소극적이다. 증권 거래세 인하는 향후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시행 시점에 재정여건을 감안해 검토할 사항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대로 증권거래세율을 0.1%로 인하할 경우 연평균 3조원 정도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거래세율의 단계적 인하 조치와 주식 거래로 자본 이득을 취한 모든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전면 확대한다면 증권거래세 폐지도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조세원칙에 부합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세수의 추가확보 기회를 찾는 해법이 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증권거래세 수입으로 4조5000억원을 반영했다. 2017년 증권거래세 수입이 그 금액이었다. 정부가 2019년 증권거래 시장이 2017년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면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초과 세입이 될 것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단한 진전이 아니더라도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 증권거래세는 현재 방향감각을 잃은 ‘링반데룽(폭우·폭설·피로 등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역을 맴도는 현상)’에 빠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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