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결국 밀실로…간사-정책위장-원대 '늑장 패스트트랙'

[the300][예산안 법정시한 불발]②국회 '지각처리'‧'깜깜이 심사' 되풀이

강주헌 기자, 조철희 기자, 이재원 기자 l 2018.12.02 17:46


470조5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가 결국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밀실'에서 예산을 주무르는 악습을 되풀이하게 됐다. 여야는 헌법에 명시된데 따른 2일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비공식 협의체를 구성해 심사를 이어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는 2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극소수 인원들만 참여하는 '소(小)소위'를 통해 비공개 예산 심사를 이틀째 이어갔다. 예결위 간사단이 합의하지 못한 예산의 경우 각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로 구성된 비공식 협의체에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가 직접 참여하는 '패스트트랙' 체제를 가동해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부터) 이날 오전 2시 반까지 소소위를 가동해 전체 분량 중 절반 정도를 진행했다"며 "오늘은 나머지 절반분량에 대해서 최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비공식 협의체 가동 시점은) 심사 진도를 봐야할 것 같다"며 "소위에서 보류된 246건을 다시 검토하면서 각 당 입장이 충돌하는 쟁점사항을 1차적으로 정리하고 각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에 올리기 위해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남북협력기금과 일자리 관련 예산이다. 여야 이견 차가 여전히 크다. 예결위 간사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남북협력기금 예산 곳곳에 숨은 남북교류 문제, 단기알바 일자리, 공무원 증원 등"이 쟁점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결위 간사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소위에서 100퍼센트 타결이 될 거 같진 않다"며 "상당부분 할 수 있는 데까지 타결해서 원내대표단에 넘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여야 정쟁으로 지각 출발한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심사과정 중에도 수차례 파행을 반복하며 심사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소위가 종료된 30일까지 감액 심사만 겨우 마쳤다. 그나마 쟁점 예산들은 대부분 '보류'로 결정을 미뤘다. 

소소위가 열린 이날도 4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를 두고 기획재정부의 대책이 미진하다고 한국당이 지적하는 등 여야 간 진통이 계속되면서 증액 심사 시작이 난망한 상황이다.

국회법에 따라 예결위 활동이 전날 종료되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면서 예산안을 마저 심사할 수 있는 주체는 사라졌다. 결국 여야는 합의를 통해 비공식 회의체인 소소위를 가동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소소위는 국회의 공식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이 언론 등에 공개되지 않는다. 속기록도 없다. 그야말로 밀실에서 '깜깜이 심사'를 하는 셈이다. 법정시한을 넘겼다는 비판이 거세 소소위 역시 시간이 별로 없어 졸속심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가 불가피하게 하루 이틀 늦어질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집중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효율성도 필요하지만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마지막 예산심사 절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소소위 회의 내용을 언론에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밀실·깜깜이 예산이라는 오명을 뒤짚어 쓰지 않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투명성 관련 문제는 1당(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거나 밀실에서 처리될 때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합의를 통해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심사를 연장했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방식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는 올해 역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12월6일에 예산안을 통과시킨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각 처리' 오명을 안게 됐다. 

국회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2014년에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켰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법정시한을 각각 45분, 3시간 58분 넘겨 처리했지만 법정시한은 지킨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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