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홍남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모색"(종합)

[the300]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최저임금·탄력근로제 등 정책 색깔 드러내

정현수 조철희 박경담 이재원 기자 l 2018.12.04 18:2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무대에 섰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색깔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다만 미세조정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야당은 "바뀐 게 없다"며 추궁했다. 인사청문회의 단골손님인 신상털기는 최소화했다. 정책 청문회에 무게가 실렸다.

홍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의 내용상 방향은 맞다"며 "소득과 경기 지표가 부진해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야당의 공격 포인트였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에도 소득주도성장의 철회를 요구했다. 홍 후보자는 "임금 격차 해소나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에는 힘을 더 실었다.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때문에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시장 수용성, 지불 여력,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역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수차례 냈지만, 홍 후보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개편까지 시사했다. 그는 "내년 이후 최저임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결정할지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자는 "과거 구간설정위원회가 제시한 범위 내에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정하는 구조를 논의한 적이 있는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은 "6개월이 수용도가 높다"고도 했다.

경제정책의 각론에서는 비교적 뚜렷하게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홍 후보자는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다", "임대사업 등록 의무제는 1~2년의 동향을 보고 검토해야 할 것" 등을 언급했다. 

이 밖에 "카풀을 외면할 수 없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의 판단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제 컨트롤타워'의 위상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예스맨', '히든(숨겨진) 원톱' 등의 표현으로 경제팀의 위상을 의심한 야당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교적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정책 청문회가 이어졌지만 신상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홍 후보자는 병역 면제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굉장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만성 간염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 만성 간염은 가족력이라도 했다.

한편 홍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격주 보고를 정례화하는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꿔 운영하기로 했다. 

홍 후보자는 영화 '국제시장'을 연상케 하는 가족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제 부모님은 6·25 전쟁 중 각각 원산과 해주에서 혈혈단신 피난선을 타고 내려오셨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서로 만나 춘천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는 큰 무리 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가 청문보고서 채택 후 문 대통령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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