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방지, '국가책임' 명문화

[the300]대표적 '미투법', 취지 훼손된채 본회의 의결

조준영 기자, 백지수 기자 l 2018.12.07 22:50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된 이후 대표적인 미투법 중 하나로 발의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통해 여성에 대학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대한 국가 책임이 명문화된다. 다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본래 취지가 다소 후퇴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가 5일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가결했다. 최근 사회갈등으로 부각되는 '여성혐오' 등 젠더이슈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에 대한 혐오에서 발생하는 폭력·살해 사건, 데이트폭력 사건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신종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는 법이다. 2차 피해를 포함한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지원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명백히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피해자가 여성이 아닐 경우에까지도 성별을 이유로 발생한 폭력일 경우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법안의 기존 취지다.

다만 지난 3일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거치며 원안보다 내용이 후퇴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2소위에서 수정된 내용대로 의결했다. 2소위에서 회부된 수정안은 법안명은 원안대로 유지하되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사람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법이 적용되도록 내용을 정리했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사람들이나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피해를 받는 피해자의 아들·딸 등 '생래적' 여성이 아닌 경우도 보호하겠다는 원안 취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여성폭력'이라는 개념을 정의한 제3조1항의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돼 있던 원안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됐다.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의무화한 제15조3항의 '지원한다'는 문구도 임의조항인 '지원할 수 있다'라는 표현으로 완화됐다.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한 조항도 임의조항으로 고쳐졌다.

지난달 2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2소위원장이기도 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들이 수정된 것이다. 김 의원은 법률 명칭에 '여성'만 들어간 점과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 지자체에 의무화하는 여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미 기존 양성평등 예산과 중복돼 예산 낭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수정안에는 '성평등'이라는 용어도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피해자 보호에 관한 국제개발 협력사업의 근거가 되는 20조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설립을 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한 22조는 원안에서 아예 삭제됐다. 관련 법적 근거가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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