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함정…양당제 부작용 보여준 '더불어한국당'

[the300]군소정당 생존 걸린 선거제 개편, '사다리' 걷어찬 거대양당

김평화 기자 l 2018.12.10 04:0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19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난장(亂場)판. 2018년 12월, 국회가 또다시 이를 재현했다.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세운 사다리를 걷어찼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다리는 힘없이 부러졌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거대 양당은 야합했다. 야 3당은 선거제도 개편 전선을 구축하고 맞섰다. 선거제 개편은 소수정당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기회에 꼭 선거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소수정당들은 현재 양당제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를 선거제 개편과 연계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 3당은 끝내 예산안 처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예산안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예산안 처리에 대해선 큰 틀에서 뜻을 모았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결국 야 3당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최후의 방법인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웠다. 양당제의 부작용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다.

의석 수가 부족한 야 3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비판 뿐이었다. 이들은 올해 국회가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창당으로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야 3당의 준비도 부족했다. 특히 야3당 중 덩치가 가장 큰 바른미래당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섣불리 연동형 비례제 전선에 참전했다가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예산안과 선거구제 개편은 사안이 달라도 한참 다른 주제다. 이번에도 여야는 사안이 맞지 않는 문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리고 '딜'을 했다. 

국회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군소정당들이 제시할만한 다른 카드가 없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야 3당의 선거제 개편 주장이 국민들의 공감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있다. 

민주당은 야 3당이 예산 발목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보다 민생이 우선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치 기득권' 입장에서 정치 개혁이 뒷전인 사실은 숨기기 어렵다.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무산된 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혹한을 견디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안이 물론 중요하지만 예산안 못지않게 소수의 목소리를 제도권에 도입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체급이 맞지 않는 대결에서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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