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대 경선에 없는 '세가지'

[the300][런치리포트-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대주주의 경영권 포기냐 상왕 등극이냐…전대만큼 중요한 원대 경선

김민우 기자 l 2018.12.11 04:30



자유한국당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향후 1년간 당을 이끌 원내지도부가 교체된다. 향후 1년간 한국당 원내 협상과 전략을 주도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한국당의 변화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지도부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다음 총선까지 상당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수도 있다.

변화의 힌트는 세가지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엔 세가지가 없다. 후보중에 ‘진박’(원조친박)이 없고 영남권 후보가 없다. 또 선수 고정 관념도 파괴됐다. 한국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친박’ 대 ‘비박’, ‘잔류파’ 대 ‘복당파’ 간의 계파 대리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는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3선의 김학용 의원과 4선의 나경원 의원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 김 의원은 친화력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한 대여협상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국회의원 비서관에서부터 시작한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의원들을 빛내줄 '조연의 리더십'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김무성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탓에 계파색이 강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나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당내 화합과 보수통합 과정에서 구심점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점도 김학용 의원과의 차별점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학용 의원은 초선의 김종석 의원을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선택했다. 나 의원은 재선의 정용기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김학용 의원과 나 의원은 전통적 ‘비박계’ 의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김학용 의원은 새누리당을 떠났다. 나 의원도 결국 당에 남기는 했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막판까지 탈당을 고민했었다. 

정책위의장 후보인 김종석 의원과 정용기 의원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정 의원은 범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탈박’(이탈한 친박계)이다. 새누리당 시절부터 사실상 당의 주인역할을 자처해온 ‘진박’이 모두 뒤로 물러난채 치러지는 선거인 셈이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부터 따져보면 당의 원내대표 자리는 모두 ‘친박’ 의원이 맡았다. 2012년에는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직접 맡았고 이후 이완구-유승민으로 이어졌다.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자 유 의원을 밀어내고 원유철 의원을 친박계로 영입하면서 원내대표에 세우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진석-정우택으로 이어지며 친박계는 원내대표 자리를 사수해왔다.

비박계가 원내대표 자리를 탈환한 것은 김성태 현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당시만해도 친박계는 홍문종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내세우며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후보조차 세우지 못했다. 

이번 경선엔 영남권 후보도 없다. 영남지역은 한국당의 대주주로서 선거때마다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래서 수도권이나 충청권 등 비영남권 의원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 출마할 경우 한명씩은 영남권 의원과 짝을 지어 나오는게 관례였다.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짝을 지어 출마하도록 한 2006년 경선 이후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 지역권 의원이 없는 팀이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된 경우는 2016년 정우택 원내대표(충북 청주상당)-이현재 정책위의장(경기 하남)이 유일하다. 그 당시 선거에는 그래도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이 나경원 의원과 함께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서면서 출마라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남권 후보가 아예 없다. 한나라당부터 이어져오던 최대주주인 영남권 의원들도 모두 2선으로 물러난 것이다. 김학용(경기 안성)-김종석(비례·서울) 팀은 ‘서울-경기’라인을 형성했고 나경원(서울 동작을)-정용기(대전 대덕)팀은 ‘서울-충청’라인을 형성했다. 

선수 고정관념도 파괴됐다. 4선의 나 의원부터 3선 김학용, 재선 정용기, 초선 김종석 의원까지 다양한 선수가 출마했다. 정책위의장을 초선이 맡은 경우는 17대 국회에 초선 비례대표신분으로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고 박세일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유일하다. 

‘인사는 메시지다.’ 이는 선거에도 적용된다. 유권자의 선택에 민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한국당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만 보면 한국당이 ‘박근혜 물빼기’ ‘친박폐족’선언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할만하다. 당내 대주주인 영남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영남패권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수파괴를 통해 그동안 당에 자리매김하고 있던 수직적 문화도 다소 해소하려는 노력도 보여줬다.

그러나 친박계가 전면에만 나서지 않았을 뿐 여전히 당의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영남후보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의 외연이 점차 좁아지면서 ‘TK자민련’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일 뿐일수도 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친박’ 대 ‘비박’, ‘잔류파’ 대 ‘탈당파’간의 계파 대리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당이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주려고 했던 메시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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