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맞은 손학규…단식 정치 출구전략 찾을까

[the300]손학규 단식중 '100일' 기자회견…"일단 시작했으니 힘 싣지만…"

백지수 기자 l 2018.12.10 17:10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편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에 나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71세 고령의 손 대표가 배수진을 치듯 단식 농성을 시작한지 닷새째, 당은 손 대표의 단식 종료 여부를 여당과 제1당 결정에 맡긴 가운데 출구 전략을 찾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본회의장 앞인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치개혁이 바른미래당의 최대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저를 바칠 것을 약속한다"며 단식 농성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가 실현됐다"며 "선배 정치 지도자들의 길을 따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쟁취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과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여의도를 가로막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마리 큰 곰과 싸우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뜻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서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고 합의제 민주제를 이룩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제거하고 거대 양당의 횡포를 막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길"라며 "민생을 위해서도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아직까지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이 타파할 대상으로 삼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아직까지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응답이 없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와 한국당 원내지도부 모두 손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았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해 협상을 시작하자는 제안 말고는 선거제 개편 방안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당 최고위원들과 함께 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화를 통해 선거법 개정을 해야지 단식을 왜 하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정개특위에 입법권을 준 것이 아니냐"고 하자 "손 대표는 협상이 시작되는 것을 봐야 단식을 풀겠다"고 맞섰다. 손 대표 옆 있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법 개정 핵심은 민주당이 한국당과 서로 양보해야 하는것"이라며 "민주당에 탄력적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는 11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손 대표를 찾아 안타까움만 나타내고 돌아갔다. 김 원내대표는 "제가 하는 행동들이 (후임 원내대표에 대한) 월권으로 비춰질까봐 두렵다"며 "정개특위를 가동시키자"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에 "정개특위는 소용 없다"며 "한국당이 민주당·야3당과 확실히 합의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겠다는 결단과 합의 없이 정개특위에 맡길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만이 손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출구 전략이라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두 당이 정개특위로 논의를 미루는 가운데 손 대표는 원내지도부 차원의 협상을 원하는 상황인 만큼 오는 11일 차기 한국당 원내대표가 결정돼야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지라도 결론이 날 전망이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결국 손 대표의 단식을 끝낼 수 있는 것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내에서조차 손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는 점은 변수다. 걱정과 비판이 반반이다. 이날 손 대표 지시로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없이 이뤄진 당 지도부와 출입기자 오찬에서 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미 시작한 단식이니 힘은 실어줘야겠지만 손 대표가 당론이 아닌 독단으로 결정한 단식한 것이 절차에 합리성이 없다는 지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몸을 버려가며 단식하면 얻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우려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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