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전부개정, 전운 감도는 국회…노·사, 극한대립 '가능성'

[the300]정치권·노동계 "위험의 외주화 막자" vs 기업 "현실 무시한 과도한 부담"

안재용 기자 l 2018.12.12 04:30


정부가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며 원청의 안전보건의무를 확대했다. 

‘안전’ 강화가 명분인데 사업장에서 발생한 작은 사고 여파가 기업 문을 닫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간접고용에 대한 직격탄으로, 개정 내용에 따라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월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1990년 이후 28면만의 전면 개정안이다. 법의 목적을 일하는 사람 전체의 안전 및 보건 유지·증진으로 확대하고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일부 위험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는 등 도급인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도 △기업단위에서 산업재해 예방 체계화 △도급인 안전보건 의무 위반시 처벌수준 강화 △타워크레인 등 위험시설 설치·해체시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 부담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 사용 작업 도금 금지(일시적·간헐적 작업 허용)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의무 부과(고용부) △안전보건조치 위반 형사적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이 전부개정안에 담겼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원청업체의 의무범위를 하청업체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치권은 일단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취지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다만 실제 논의가 시작되면 보수야당의 입장 전환 가능성이 나온다.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환노위 관계자는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개정은 논의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당 법안에 따라 안전보건 조치의무가 확대되는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비현실적인 의무확대로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보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전보건조치를 위한 비용과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규정 신설이나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 확대는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된 산재사망시 사업주 형벌 강화도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행 7년 이하의 징역도 벌칙의 수준이 낮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등에 대한 안전조치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지만 노동계도 일부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원안에서 제시됐던 하한형(최소한의 형벌을 규정한 것)이 빠졌고, 위험작업 도급금지 중 간헐적 작업의 도급을 허용한 것이 후퇴된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는 하한형 도입에서 또 재벌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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