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치원법 패스트트랙' 압박에 뜨끔한 한국당…"법안소위 열자"

[the300]한국당, 내주 소위 회의 제안…與 "월요일부터 열자"

조철희 기자 l 2018.12.14 16:35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강화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 12월 임시국회 처리 협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비회계 일원화와 형사처벌 조항 등에 대한 이견으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재개를 모색하고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겠다고 압박하자 자유한국당이 다음주에 소위 회의를 열어 다시 다루자고 공개 제안했고, 이에 민주당은 월요일인 17일에 당장 열자고 맞받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14일 "여당의 패스트트랙 제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다음주라도 교육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법안 합의처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유치원 문제 해결을 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한국당 유치원법이 반쪽짜리 꼼수법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폄훼"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교육위에서 우리 당도 대안을 갖고 있는 만큼 패스트트랙을 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립유치원의 교비회계 일원화와 교육목적 외 교비 사용시 형사처벌 조항과 관련해 한국당은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를 구분하고, 학부모분담금은 사적재산으로 규정해 처벌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단일회계로 하고, 교비를 부정하게 사용했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한국당 제안에 대해 "다음주 월요일(17일)이라도 당장 법안소위와 상임위를 열자"고 했다. 조 의원은 다만 "다음 회의에서는 부디 학부모들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세로 임해달라"며 한국당에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3~4번에 걸쳐 중재안과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자유한국당은 회계분리라는 국민 상식 밖의 고집을 부렸다"며 "유치원 교비회계의 투명성 확보에는 국가의 지원금이든 학부모부담금이든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둘 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만 쓰여져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며 "이 당연한 것을 안할 경우 최소한의 처벌규정을 두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당장 내년 3월에 유치원이 새 학기가 시작돼 한시가 급하다"며 "한국당 제안대로 당장이라도 여야 3당 간사가 합의해 17일 오전 10시에 교육위 법안소위를 열어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라는 대원칙은 절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이 대원칙을 훼손하자는 한국당의 이중회계 주장은 절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원내대표 등 회동을 통해 처벌규정을 두되 법의 시행유예기간을 정하는 방안으로 이견을 좁혀 합의하고 본회의 직전까지 교육위 법안소위 개의를 추진했다.

그러나 합의안에 대한 여야 간 해석이 달라 소위는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시행유예기간 이후 현장에 법 적용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시행유예기간이 지난 뒤 다시 이 법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해 소위 개의에 반대했다.

결국 유치원 개혁에 대한 여론의 강한 요구를 이행해야 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전략을 들고 나왔다. 패스트트랙을 통한 법안 처리에는 상임위에서 재적 5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위 15명 중 민주당 의원은 7명으로 중재안까지 내며 법안 처리에 적극적인 바른미래당의 의원 2명도 동참이 예상돼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상정까지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총 33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시점상 이달에 패스트트랙 절차에 나설 경우 21대 총선 약 4개월 전인 2019년 11~12월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론이 크게 작용해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게다가 법 시행 유예기간이나 한국당에 대한 지난한 설득 과정을 고려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더딘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 오히려 민주당 일각에선 한국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처리하는 것보다 원칙을 지킨 강도 높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을 사용하면 한층 강력한 처벌조항을 넣은 법을 처리할 것"이라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조심해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고민이 깊다. 유치원법 처리가 지연될수록 한국당보다 여당의 추진력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으로선 연내에 꼭 처리해 국민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상임위 법안소위부터 한국당 의원들이 도무지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아 협의를 하기에는 차일피일 아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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