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제 개혁' 합의 주역, 나경원의 결단

[the300]손학규·이정미 단식상황에서 '통큰 양보' 평가

김평화 기자 l 2018.12.15 17:19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15일 토요일 오전 국회. 평소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한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열흘째 단식을 이어갔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협상했지만 성과가 있을거란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낮 12시 즈음, 국회 정론관에 모여있던 기자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낮 12시25분 단식 중인 두 대표를 만나러 국회로 향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곧이어 12시45분 여야 5당 원내대표 긴급기자회견 일정이 생겼다.

예정보다 한시간 가량 늦어진 오후 1시40분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합의했다는 '성과'를 가져왔다.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이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전날인 14일에도 만났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날이다. 이날 구체적인 합의안을 내진 못했지만 의견 차를 상당부분 좁혔다는 후문이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단식을 풀기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 결국 15일 나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모든걸 열어놓고 적극 검토하겠다"며 한걸음 더 나아간 의견을 내놨다.

나 원내대표의 결정이 '통큰 양보'였다는 게 협상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평가다. 합의문 발표 후 김관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단식을 풀기로 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당내 상황도 복잡한데 두 분 단식을 풀자는 마음으로 여러가지 적극적인자세로 통큰 합의를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입장에선 쉽지 않을 결정이었다. 취임 후 첫 원내대표 회동에서부터 선거제 개혁과 12월 임시국회 등 큰 현안들을 맞닥뜨렸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당내 인적쇄신 대상 의원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내 사정이 복잡해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의원총회를 열기에도 녹록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 상황에서 저희 당 입장만을 계속해서 고집하기 어려웠다"며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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