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박근혜 탄핵·탈당에 책임물은 '물갈이'
[the300]한국당 조강특위 "희생 있었어야"…해당 의원들 '반발'
백지수 기자 l 2018.12.16 17:30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내놓은 21명의 당협위원장 배제 현역 의원 명단은 '여당' 옛 새누리당을 '야당' 한국당으로 만든 책임을 묻는 '인적 청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1년 이상 지난 일에 대해 외부 인사들이 뒤늦게 책임을 물어 분열을 조장한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조강특위 위원들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현역 의원에 대한 당협위원장 배제 조건에는 새누리당의 기세를 '몰락'시킨 주요 사건들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적용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이전 정부 국정 실패의 책임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한 의원들이 청산 대상이 됐다. 보다 거슬러 올라가 현 한국당 내 계파 분열의 씨앗이 됐다고 할 수 있는 2016년 총선 공천 파동도 고려됐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과 각종 이유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현역 의원들도 살생부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주요 핵심 지지 지역 쇄신을 위한 청산도 판단 기준이 됐다고 조강특위는 밝혔다.
조강특위는 배제 대상 현역 의원 개개인에 대해 어떤 평가 기준이 적용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 12명, 비박계 9명 등이 살생부에 오른 가운데 현 정부에서 '적폐'로 불리는 옛 '실세'들을 주로 명부에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배제 명단 중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나 정부에서 일해 '친박 실세'로 불리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과 박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정무특보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시)과 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대구 동구갑) 의원도 이같은 이유에서 명단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전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청와대 근무 경험까지 있는 윤상직 의원(부산 기장군)도 포함됐다.
탄핵과 분당 책임을 진 의원으로는 '1호 탈당' 김용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사무총장(서울 양천구 을)이 대표적이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겸임하며 칼자루를 쥔 그는 스스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조강특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과 더불어 권성동(강원 강릉)·이군현(경남 통영·고성)·이종구(서울 강남갑)·이은재(서울 강남병)·홍일표(인천 미추홀구갑)·홍문표(충남 홍성·예산)·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등 복당파 의원들도 명단에 올랐다.
'옥새 파동'을 일으킨 김무성 의원(부산 중구·영도구)과 원유철(경기 평택갑)·김정훈(부산 남구갑) 의원 등에게는 조강특위가 공천 파동 책임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에게는 2016년 공천 당시 새누리당 대표로 친박계의 공천 명단 날인을 거부하며 잠적한 책임을, 당시 원내대표였던 원 의원에겐 그와 갈등을 벌인 책임을 지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정책위의장인 김정훈 의원에게도 같은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도 있다. 당시 공천 파동이 사실상 현재의 친박·비박 계파 대결의 시초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우현(경기 용인갑)·최경환·홍일표·이군현·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황영철·홍문종(경기 의정부 을) 의원도 당협위원장 공모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번 명단 작성에는 의원 한 명에게 복수의 배제 기준이 적용되기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경환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이기도 하지만 현재 수감 중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 상실형인 집행유예 4년을 받은 황영철 의원도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주혜 조강특위 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16년 총선 공천 파동과 최순실 사태, 국정 실패, 보수 정당 분당,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의 연일 패배에도 그동안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며 "이는 과정에서 희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청산 대상이 된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은 반발을 나타냈다. 배제 의원 중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비대위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개개 의원들의 투쟁 활동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며 "뒤늦게 과거를 들춰 당을 더 어렵게 하고 분란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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