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합의했지만 합의안했다'

[the300]여야5당 선거제 합의 후 다음날부터 '딴소리'

조준영 기자 l 2018.12.17 10:44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윤소하 정의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여야 5당의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8.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5일 여야5당 원내대표단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 등 선거제 개혁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당일만해도 '전향적', '극적'이란 수식어가 붙는 등 선거제 개편의 긍정적 전망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합의 다음날부터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야3당은 총 6개의 합의항 중 각 당의 입맛에 맞는 조항들만 뽑아 홍보에 열을 올렸다. 모호한 단어들에 대해선 해석의 여지를 대폭 여는 등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비례대표 확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등 포함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면서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키로 했다.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법안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키로 했다. 아울러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키로 합의했다.

진통은 16일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의 기자간담회부터 본격화됐다. 12월 내에 정개특위 차원의 선거개혁안을 마련하는 등 개혁논의에 속도를 더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심 위원장은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 아니라 라스트타임"이라며 1월로 정해진 합의시한까지 여야5당의 쟁점들을 최대한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정개특위 여당간사를 맡은 김종민 의원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12월까지 정개특위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며 "그건 졸속합의를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비민주적 자세는 오히려 선거제 개혁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대표간 정치협상은 3김시대나 가능한 낡은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 선거제 합의문과 관련 한국당이 연동형 비레대표제 도입에 합의한 것처럼 비춰지는 데에 "최종 합의한 것이 아니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향후 의원총회 등 당내 논의 과정과 다각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어떤 선거구제가 국민의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지 치열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야3당은 360명선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여는 한편 민주·한국당은 정수유지 쪽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비례제답게 되기 위해선 의원정수가 360명 선은 돼야 한다"며 "국회예산은 20% 삭감하고 의원수를 20% 늘리면 의원들은 특권형에서 봉사형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장도 합의문에 적힌 '의원정수(10%이내 확대 등 포함검토)'에 대해서 "10%가 언급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의원정수 확대를 공론화했다는 게 중요하다"며 정수확대 폭을 키울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

반면 김종민 의원은 "15일 합의는 10%확대를 포함해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며 "민주당 입장은 현재 정수를 유지하는 위에서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국회 관계자는 "이번 여야5당 합의로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연말연초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어져야한다"며 "국회 시간표와 어긋난 '타이밍'에 동력확보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국회의 '비수기'로 불리는 12~1월 사이에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을 위한 지역구 활동에 열을 올리며 정개특위 논의 자체가 말뿐인 논의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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