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요?' 물음에 3년만의 속도조절…'방향'도 바꾸나

[the300]文대통령 새 키워드 수용성 "옳은 방향이란 믿음, 국민께 드려야"

김성휘 기자 l 2018.12.17 16:52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듣고 있다. 2018.12.17.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조치를 주문한 것은 뚜렷한 '변화' 조짐이다. 옳은 정책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증명해야 하고 그러자면 더많은 국민의 공감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고민이 읽힌다. 단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은 변함없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핵심 경제노동 정책에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올해까지 소득주도성장 등 가치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부쩍 강조해온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 후 정부합동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정부 자료에서 '소득주도성장'이란 표현은 위축됐다. 문 대통령은 즉흥 발언이 아니라 오래 묵은 고민과 정책점검을 드러낸 걸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첫해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경기 체감, 특히 고용 위축에 영향을 준 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것과 일자리 상황의 인과관계가 실증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아 청와대 대응이 늦어진 면이 있다. 정책을 조정하든 방향을 바꾸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의 '반응'을 증명할 뚜렷한 숫자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판단의 '근거'에 대한 경제팀 내부 이견에 적기 대응을 못 하면서 경제 기조 논란, 통계 적절성 논란만 부각됐다. 

문 대통령도 지난 1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공무원들에게 "솔직하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어볼 정도로 고민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일용직의 실직 등) 그 원인을 제대로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래야 최저임금을 지금 같은 속도로 나갈 수 있는 것인지, 안 그러면 정말로 조정을 충분히 해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런 고민 끝에 변화를 시작한 건 지난달이다. 문 대통령은 11월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의 대안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경제팀을 교체한 시기도 맞물린다. 

홍 부총리는 자신의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보완 조치 발언과 맥이 닿는다.

변화를 촉진한 건 경제성과 미흡에 따라 지지층이 이탈하고 다시 국정동력 차질로 이어지는 도미노 위기 상황이다.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지난 7일 49%(4~6일 조사), 14일엔 4%포인트 더 떨어진 45%였다(11~13일 조사). 14일 부정평가 의견의 43%는 그 이유를 경제 문제라고 답했다. 

국민이 '그런데 경제는요?'이라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나름의 답을 내놓은 셈이다. 떨어진 국정동력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아직 근본적 방향전환까지는 아니다. 단 속도와 우선순위 조정에 실패한다면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만악의 근원'인 것 같은 지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문 대통령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 추진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맺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경제를 5년 임기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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