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제 개편, '합의했지만 합의안했다'"(상보)

[the300]선거구제 개편 파열음…의원정수 10%이내 확대 '여부' 검토 문구로 5당 '동상이몽'

김하늬 기자, 조준영 기자 l 2018.12.17 15:06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장병완 민주평화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여야 5당의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8.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5일 극적으로 타결된 여야 선거제도 개편 합의 발표는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끝냈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선거제도라는 '본론'으로 들어가면 5당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5당 원내대표들이 내년 1월 국회에서 선거제 개편안 처리를 마무리하자고 합의했지만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게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나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구제에 대해서 앞으로 한국당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검토의 합의'에 불과하다"며 "일부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건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국당의 이같은 입장은 여야가 합의문을 발표한 15일에도 어느정도 드러났다. 나 원내대표가 합의문 관련 마지막까지 수정을 주장한 부분이 의원정수 확대 여부다. 당초 합의문은 △의원정수 10%이내 확대 등 포함 검토 였지만 기자회견을 미루면서까지 수정·발표된 합의문은 △의원정수 10%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 검토 한다고 됐다. 확대 검토가 아니라 확대 여부 등 검토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뿐만 아니라 윤영석 수석대변인,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까지 논평을 내고 연동형 비례대표합의가 아니라고 거듭 반발했다. 전날 정개특위 위원정인 심상정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방향에 한국당까지 동의가 이뤄진 점은 의미가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금기시 해왔던 의원정수 확대를 공론화 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 점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관련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당도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심 의원이 "내년 1월 중 합의 처리를 하려면 12월 중엔 정개특위 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1월 중엔 남은 쟁점을 최대한 마무리 짓기 위한 (원내대표들 간) 정치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정개특위 여당간사를 맡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 반박에 나선 것.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2월까지 정개특위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며 "그건 졸속합의를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비민주적 자세는 오히려 선거제 개혁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대표간 정치협상은 3김시대나 가능한 낡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야 3당의 셈법도 각기 다르다. 먼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보장을 위해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비례제답게 되기 위해선 의원정수가 360명 선은 돼야 한다"며 "국회예산은 20% 삭감하고 의원수를 20% 늘리면 의원들은 특권형에서 봉사형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의원수 확대 논의보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방점을 두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선거제개편을 위한 단식 농성 당시 "300석이든 360석이든 의원 정수는 별 상관 없다"며 "지역구 국회의원을 줄이는 게 내부 싸움을 일으키는것 아니냐는 우려때문인데, 결단을 하면 그건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례대표 확대와 더불어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도 쟁점이다. 한국당은 애초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도입을 주장해왔다. 농촌은 현행 소선거구제(1개 선거구에서 의원 1인 선출)를 유지하고, 대도시만 중대선거구제(1개 선거구에서 의원 2~3인 선출)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현행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선거구제 개편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여야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여야5당 합의로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연말연초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어져야한다"며 "국회 시간표와 어긋난 '타이밍'에 동력확보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국회의 '비수기'로 불리는 12~1월 사이에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을 위한 지역구 활동에 열을 올리며 정개특위 논의 자체가 말뿐인 논의로 흐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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