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티타임]'구조를 보는 남자' 김성식의 '밥 먹여주는' 정치개혁

[the300]바른미래당 의원 "더 나은 경제 위해서라도 정치개혁 해야"

이재원 기자 l 2019.01.19 06:55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정감사(이하 국감)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폭로와 고성이다. 이 때문인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국감만 7번째 치렀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동료 의원들이 폭로로, 그마저도 안 되면 고성이라도 내질러 저녁 뉴스를 장식하는 사이 김 의원은 "그건 제 몫이 아니"라며 묵묵히 자료를 뒤진다.

대신 김 의원은 '구조'를 봤다. 한국의 경제 구조 개혁에 대해 논하고, 정치 개혁에 대해 고민했다.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질의는 피감 기관의 찬사를 자아냈다. 올해 기획재정부 국감에선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을 직접 인터뷰해 정부 경제정책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자료집도 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김 의원은 "구조개혁, 거시경제, 사회복지 정책을 잘 믹스하자", "단기 지표에 매여 헤매지 말자"는 등의 제안을 던진다. 휘발성 메시지가 범람하는 국감에서, 그의 제안은 여당에도 야당에도, 정부에도 울림을 줬다. 국감 본령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치르게 될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김성식 스타일'을 고수할 예정이다. 구조를 보는 그의 시선은 이제 정치개혁으로 향한다. 기재위 간사에 이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까지 맡았다. 김 의원은 "두 어깨가 너무나도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정치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래서 김 의원은 정치개혁을 '밥 먹여주는 개혁'이라고 부른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사진= 이동훈 기자


- 지난해 머니투데이 더300 국감 스코어보드 대상으로 선정을 축하한다. 국감에서 보인 것 같은 통찰력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공부 비결이 있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밝은 사람들을 두루 만난다. 특히 기재위원이니 경제에 밝은 사람들, 현장에서 안테나 기능이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통찰력이 있는 분들은 통찰력이 있는대로, 각론에 감각이 있는 분들은 각론에 감각이 있는대로, 현장 감각이 있는 분들은 그들대로 배울 점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 뒤 책으로 보충한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변양호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의 대담집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변 전 국장이 승낙을 해서 된 것이지, 거절했다면 나오지 않을 대담집이다. (좋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대화를 깊게 할 수 있고, 생각해볼 만 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담집을 자료로 발간한 것도 다같이 한 번 생각 해보자는 뜻에서다. 7분, 5분씩 '팝콘 튀기듯' 주어지는 국감 질의 시간은 의원이나 정부나 실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료집이나 대담집 등이 보완적인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다.

- 국감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폭로나, 이와 연관한 대증적인 대안 제시 등은 지양하는 것 같다.
▶그때그때 주목도가 높은 사안을 따라다니는 것은 가급적 안 하려고 한다. 나 말고도 하려는 분들도 많고, 내 몫이 아니라고 본다. 대신 종합적인 정책 조합 등에 대해 제안하려고 노력한다. 경제만 본다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정책이 길을 잃었다. 단기적으로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지만, 큰 틀에서는 구조적인 장기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본다. 결국 낡은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정책 조합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는 의견도 있는데.
▶현 정부는 물론 역대 정부 모두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접근을 안 하고 있다. 전 정부에선 부동산을 이용한 단기부양책을 썼다. 현 정부에서는 소득이 낮은 근로자에게 소득을 보존해주면 될 것 처럼 했지만, 결과는 그분들의 일자리만 줄었다. 이런식의 정책들이 구조적 장기침체를 더 깊게 만들까봐 걱정이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흥행이다.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경제상황을 비교한다면.
▶ 외환위기는 병으로 치자면 급성 쇼크다. 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급성 쇼크가 오니 개혁을 받아들이며 극복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엔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솥 안의 개구리와 같은 상황이다. 솥에서 튀어나올 근육조차 사라지고 있다. 정권은 땜질정책과 단기 부양책만 내놓는다. 나머지 경제주체들은 경제체력을 높여가기 위한 혁신이 없다. 중국 특수, 반도체 특수 등의 지표가 주는 착시효과에 만족하고 있다.

-다시 국감으로 돌아와서, 국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
▶매년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감의 의미에 대해서다. 이런식의 국감을 계속 해야하는가 하는 논의는 계속 있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그나마 국감의 집중성이 아니면 정부가 긴장할 계기가 없다.

-그래도 정부는 끊임없이 국회와 접촉한다.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도 있다.
▶이야기가 좀 비약되는 면이 있지만, 대통령제 기반의 미국 의회든 의원내각제 기반의 유럽 국가들이든 정책과 정치적 의사결정을 국회에서 정당간에 협상과 논쟁을 통해 완결짓는다. 정부(행정)은 실무를 뒷받침하는 수준에 머문다. 미국만 해도 예산편성권이 의회에 다 있다. 복지를 얼마나 늘릴지, 조세개혁을 어떻게 할지 의회가 다 정하면, 정부는 의회가 주문하는 방향에 따른 실무를 집행한다. 의원내각제 국가는 더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정책적 의사결정을 청와대 참모들이 좌지우지하고, 여당을 통해 국회에서 관철한다. 야당의 이견은 제압하는 구조다. 의사결정도 정부가, 집행도 정부가 한다. 국회는 국감을 통해 뒷북이나 치고, 부분적인 문제만 제기하는 구조다. 그래서 국감이라는 제도만을 볼 것이 아니다.

-결국 정치개혁으로 논의가 이어진다.
▶우리 사회에 놓여있는 다양성을 국회가 어떻게 온전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행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 하에서는 큰 정당들이 득표율보다 훨신 많은 의석을 가져간다. 여기에 지역주의가 더해진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통해 풀어보자는 것이다. 한 정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힘의 논리로 푸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의사분포를 놓고 대결정치에서 문제해결 정치로 가자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도 정치개혁은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개혁은 그래서 '밥 먹여주는 개혁'이다. 책임지고 문제해결을 하는 능력을 갖춘 정치, 사회적 갈등을 잘 반영해서 조율해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 '밥 먹여주는 개혁'이라는 비유를 사용했다. 대정부질문에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외에도 드라마나 영화 대사 등을 종종 인용하는데.
▶나는 긴급조치 세대다. 70년대 말 대학을 다니면서 민주화·산업화를 모두 겪었다. 여기에 초기 정보화 시대 속에서도 나름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뒤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다. 나의 감수성이 과연 동시대의 흐름에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보좌진들에게 그들이 접하는 문화적, 시대적 감수성이 뭔지를 묻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해하고, 괜찮은 것은 외워서 활용하기도 한다.

-올해 중순 무렵부터는 국회가 사실상 '총선 모드'로 전환한다.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무래도 기재위 붙박이로 있다 보니 경제 현안을 좀 더 잘 챙겨보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얼마 전 경제정책방향이 나왔지만, 경제정책이 현재 상황에 맞도록 과감하게 전환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품질이 나쁜 '땜질 정책'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 하면서 실제로 우리 국민들의 인적역량 강화해서 변화하는 시기에도 두려움 없이 임할 수 있도록 그런 부분 관심있게 보려한다. 중요한 질문이 정부와 국회와 각 경제주체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폭탄 돌리다가 정말 국민들 IMF 왔을 때처럼 쇼크를 당할지, 만성질환에 시달리다가 일어날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갈건지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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