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레이더갈등·카페만남' 아쉽고 궁색한 軍의 대응

[the300][우보세]우리가 보는 세상

서동욱 기자 l 2019.01.15 04:31
국방부는 지난 4일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초계기(P1)에 대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4분 26초 짜리로, 일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국방부는 영상을 통해 해군이 당시 정상적인 인도적 구조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과 일측 초계기(노란선 안)의 저공비행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느 점을 강조했다. / 사진 = 뉴스1


군 수뇌부들이 요즘 곤혹스럽다. 북한 선박 구조 과정에서 불거진 '한일 레이더' 갈등에 이어 30대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 참모총장의 이른바 '카페면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응'과 '해명'에 바쁘다.

하지만 레이더 갈등 대응에는 아쉬움이, 카페면담을 둘러싼 해명에는 궁색함이 느껴진다.

지난달 20일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 관료들이 "한국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에 공격용 레이더를 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레이더 갈등은, 사건 초기 명확한 대응을 하지 못해 일본 측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줬다.

국방부는 하루 뒤인 21일 "일본 측에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이 재차 항의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데도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지극히 절제된 입장만 내놨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외신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본이 28일 ‘한국 해군 함정이 화기관제레이더(공격용 레이더)를 쐈다'며 영상을 공개하고 나서야 유감을 표했다.

새해 들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레이더 문제를 언급했다. 국방부는 비로소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지난 4일 일본 주장에 대한 반박영상을 공개했다. 한일 국방당국은 문제가 불거진지 한 달 가까이 지난 14일에서야 싱가포르에서 실무협의를 했다. 

돌이켜 보면 신중한 대응보다 강경한 대응이 필요했다. 초반부터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공격용 레이더를 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면 일본의 공세 수위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 총장의 카페면담에 대한 육군의 해명은 궁색하다. 청와대 정모 전 행정관이 2017년 9월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내 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는 이 사건은, 정 전 행정관이 군 인사관련 서류를 분실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30대에 불과한 행정관이 50대 육군 총장을 불러냈다는 사안에 언론 보도의 초점이 맞춰지자 육군은 지난 9일 "불러낸 것은 행정관이 아니라 총장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내놨다.

정 전 행정관이 김 총장을 불러낸 게 아니라 서울에 볼 일이 있던 김 총장이 정 전 행정관을 국방부 인근으로 오게 했다는 밝혔다. 김 총장이 약속장소를 잡았기 때문에 정 전 행정관에 불려나간게 아니라는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식의 해명까지 해야하는 것이냐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 외교적 사안에는 지나치게 신중하게, 명확히 사실관계를 설명했어야 할 사안에는 궁색하게 해명했다. 이런저런 눈치만 보면 갈등은 커지고 사태는 복잡해 진다. 군 수뇌부가 보다 소신있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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