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보호법'만으로 될까…'합숙훈련' 메스 들이대는 국회

[the300]폭행·성폭행 근원지 '합숙훈련'…법은 '권고' 수준에 그쳐

이재원 기자 l 2019.01.20 15:00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김수민, 최경환, 염동열 문체위원이 체육계 성폭행 및 폭행으로부터 운동선수를 보호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의혹으로 불거진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국회가 관련법 손질에 본격 나선다. 심석희 선수가 조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데 이어, 전 유도선수 신유용씨가 숙소에서 벌어진 코치의 성폭행을 폭로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폭행·성폭행 폭로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문체)위원들이 함께 발의한 '운동선수 보호법' 만으로는 상황을 개선하기에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국회가 폭행과 성폭행이 자행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합숙훈련'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문체위 각 의원실은 합숙훈련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학교체육진흥법'을 살핀다. 현 문체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이 2011년 5월 발의한 제정법이다. 같은해 12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안 의원은 '학교체육법'으로 발의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학교체육진흥법'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중에서도 개정 필요성이 높게 제기되는 것이 법 제11조 3항이다. 학생운동부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법에선 "학기 중의 상시 합숙훈련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 규정이 아니라 각급 학교의 판단에 따라 사실상 상시 운영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합숙훈련 근절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많다. 부득이하게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선수들을 위해 합숙소나 기숙사 등을 운영할 경우에 대한 규정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설치 기준, 보안장치, 기숙사별 철저한 성별 분리와 동성 관리자의 관리 등이다.

문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터져나오는 체육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합숙훈련"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 수렴과 실태조사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실 관계자 역시 "합숙훈련 등에 대한 문제점 역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출장중인 의원님이 귀국한 뒤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발의된 '운동선수 보호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통과가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스포츠 지도자가 되려면 국가가 정한 폭행 및 성폭행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선수 대상 폭행·성폭행 죄에 대한 형을 받은 지도자는 영구히 그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또한 형 확정 이전에도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의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킬 수 있으며, 기존 대한체육회에 소속되어 징계 심의를 담당하던 위원회를 '스포츠윤리센터' 별도 기관으로 독립시켜 공정하고 제대로 된 징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선 운동선수보호법 등을 통과해 현재 체육계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문제적 인물'들을 솎아내는 것이 먼저"라며 "피해를 입고도 아직 말하지 못한 많은 선수들을 위해 피해사실을 고발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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