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日도 갖는데···대한민국 항공모함 보유 손익계산서

[the300][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항모 건조능력은 충분, 해양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서동욱 기자 l 2019.01.21 06:05

중국과 일본이 대대적인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미국·러시아에 이어 군사력 세계 3위에 올라선 중국이 항공모함을 잇따라 건조해 바다에 띄우고 있고 일본 역시 지난해 말 항공모함 보유를 공언, 항모 보유국에 가세했다.

중국은 구소련에서 인수한 '바랴그호'를 개조해 2012년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만들었다. 자체 기술로 만든 001A 함이 최근 시운전을 하고 있다. 3번째 항공모함도 건조 중이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모두 6척의 항모 전단을 보유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18일 방위예산을 대폭 늘리고 항공모함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향후 5년간의 방위계획 지침을 확정했다. 기존의 해상자위대 소속 헬기 탑재 호위함인 이즈모 2척을 개조해 항공모함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즈모함에는 미국 해병대의 최신예 스텔스전투기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가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2917년 7월 홍콩에 기항하기 위해 라마섬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스1


◇대한민국 항공모함 추진 역사 = 우리나라도 항공모함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독도 문제를 놓고 일본과 갈등이 커지자 정부는 항모 도입을 계획했다.

당시 해군 수뇌부가 '대양 해군' 건설계획을 극비리에 만들어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계획에는 경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대형상륙함 건조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항공모함은 통상 배수량 7만톤급 이상을 대형, 4만~7만톤급을 중형, 4만 톤급 미만을 경형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육군 출신 군 수뇌부들이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에 휘말리면서 계획은 무산됐고 환란을 극복한 뒤 항모 도입을 다시 추진했지만 예산 문제로 백지화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에도 항모 추진계획이 회자됐다. 최윤희 합참의장 후보자는 그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국형 항공모함 필요성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2015년에는 해군이 중·경 항모 제작에 대한 외부 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이었는데 첨단함정은 항공모함을 말한다. 이 계획도 용역으로만 그쳤다.

지난해 8월에는 우리 해군의 두번째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에 F-35B 전투기를 탑재하는 방안이 추진돼 관심을 끌었다. 해군이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LPH (대형 수송함) 미래항공기(F-35B) 탑재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를 냈다.

2020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마라도함은 배수량 1만4000톤급의 상륙함이다.
마라도함은 2만7000톤급인 일본의 이즈모함 보다는 작지만 함의 갑판 등을 개조하면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탑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입찰에 나선 업체가 없어 이 역시 무산됐다.

지난 2018년 5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독도함급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항모 건조 능력은 충분 = 우리 해군이 '대양 해군' 건설을 목표로 한 것은 김대중 정부부터였다. 최근 일본 초계기와 레이더 논란이 있는 광개토대왕함은 1998년에 실전 배치됐다.

김 대통령 재임 기간 광개토대왕함보다 성능이 뛰어난 이순신급(KD-Ⅱ) 구축함 6척,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급급(KD-Ⅲ) 3척, 독도함 1척 등의 전력증강 계획이 승인됐다. 대형 함정은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으로 추진된다. 당시 이지스함 등의 건조 계획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안 해군'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항모를 만들고 운영할 능력이 될까. 해군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을 보유한 만큼 항공모함 건조 능력은 충분하다.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망, 탑재해야 할 일부 무장능력을 제외하면 모함 건조는 자체 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건조비용과 운영비다. 2015년 항모제작 용역을 수행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용역 수행 업체는 항모의 순수 건설비용에 대해 배수량 7만톤급인 중형 항모는 5조4200억원, 4만톤급인 중·경형 항모는 3조1500억원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각종 무기체계를 추가하면 건조비용은 늘어난다.

함정 운영비용은 통상 건조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각 군의 보유 병력과 장비를 공동으로 운용하고 작전수행 범위를 조정하면 항모 유지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우리나라의 2019년도 국방예산은 46조 69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가 15조 3700억원, 전력 유지비가 11조 2300억원, 병력운영비가 10조 4000억원 규모다.

항모 건조비용이 우리나라의 1년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고 유지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지금의 국방예산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는 아니다. 물론 육군이나 공군의 전력 증강사업이나 병력 운영비 감축 등 항모 운용에 따라 비용을 줄여야 하는 분야가 생긴다.

한편 국방부가 지난 15일 발간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의 국방비는 460억달러로 우리나라 356억달러보다 100억달러 가량 많다. 중형급 항모 2척을 운용하는 영국의 국방비는 507억 달러, 중형급 항모 1척이 있는 프랑스는 486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 2017년 11월 한미연합 훈련에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참가했다. 사진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호(CVN 76)의 갑판위에 전투기들이 이륙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항모 보유는 해양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 우리나라의 항공모함 보유 여부에 대해 안보·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항모 보유가 필요하다는 측은 '항공모함의 전략적 효용성'에 주목한다. 강력한 '현시효과'를 통해 주변국과의 해양분쟁에서 탁월한 억제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독도와 이어도 같은 분쟁해역에서 항공모함 보유가 우리의 전략적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항공모함이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만큼 주변국을 대상으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도 항모 보유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제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항모 보유가 동북아 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고 남북 평화체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제한된 국방비를 감안하면 첨단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항공모함 보유보다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모함 보유를 해양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안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항공모함 보유는 주변국과의 재해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도 갖는다"며 "단순히 군의 소요제기에 따라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해양전략적인 관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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