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 합의' 채우는 스톡홀름 실무협상…'비핵화' 스몰딜?

[the300][런치리포트-6월의 북미, 2월의 북미] 2차회담 '단계적 접근' 가능성

오상헌 기자 l 2019.01.21 20:00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공동 발표한 4개 합의안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발굴 송환 등이다. 이른바 '센토사 합의' 4개 기둥(four pillars)이다. 1차 회담은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을 쏜 역사적 만남이었지만 이어진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미군 포로 유해 송환을 빼곤 4개 합의안 이행이 상당 부분 미뤄졌다. 핵무기와 핵시설 신고 및 폐기 등 북한의 구체적인 이행과 대북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이견 탓이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동시 행동' 요구와 비핵화 및 보상 문제를 일괄 타결하자는 미국의 '패키지 딜'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등도 심도있게 논의되지 못 했다.    

이런 이유로 다음달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1차 회담때 나온 4개 합의안의 구체적·실질적 이행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1차 정상회담이 상징적 성격이 강했던 데 비해 2차 정상회담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북미간 실무협상에서도 1차 합의안을 기초로 한 '비핵화-상응조치'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상태다. 2차 정상회담 의제를 확정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협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처럼 실무협상 논의 결과와 잠정 합의 내용에 따라 2차 회담의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미 협상단은 전날 스웨덴 정부 측이 마련한 국제회의 공식 미팅에서 상견례를 가진 데 이어 이틀째 비공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공식 미팅에 참가해 사실상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3박4일간 이어지는 이번 실무협상의 관건은 역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진전 여부다. 1차 회담 이후 핵 신고와 폐기를 대북제제 완화 및 평화협정과 맞바꾸자는 '빅딜' 북미 협상이 차질을 빚어 온 만큼 단계적 비핵화와 보상의 '스몰딜'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포함한 '핵 동결'과 미 본토를 겨냥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폐기 등 추가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 미국이 '상응 조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싱클레어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두고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위협이 되는 ICBM 폐기나 핵무기·핵물질 생산·실험을 중단하는 '핵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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