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안희정과 조재범 사이, 말 뿐인 국회는 변한 게 없다

[the300][미투 그 후 1년]1년 사이 반복된 대응 패턴…10년 전에도 똑같았던 대응

한지연 기자 l 2019.01.22 17:30

편집자주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안태근 전 검사장을 지목하며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에 나선지 약 1년만인 23일 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지난 1년 변한 것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봤다.



사건이 터진다. 국회는 들썩인다. 각 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한다'. 요란한 말만 남을 뿐 행동은 뒷전이 된다. 지난해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정치권에서는 1년 내내 지위와 권력에 의한 성폭행을 규탄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1년 후 같은 양상의 사건이 터졌다. 정치권의 말은 변한게 없었다.

◇"화나고 부끄럽다.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판 만들어야"

지난 9일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말했다. 안 위원장 소속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5당 모두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심 선수의 폭로 다음날인 10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당 차원에서 한 선수의 성폭행 문제를 넘어서서 대한체육회에 대한 문제들까지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남인순 최고위원 역시 "이런 범죄가 끔찍한 관행이었는지, 또 다른 가해자는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병폐를 뿌리뽑겠다"고 외쳤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사회 전반의 성폭행 실상을 조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관련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병폐를 키운 것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런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며 체육계 전수조사를 주장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성폭력 대책은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갖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1년 전엔 어땠을까

새로운 풍경은 아니었다. 권력형 성범죄를 대하는 정치권의 화법은 1년 전도 똑같았다.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피해자 보호를 외치며 "당 차원 대응", "법 개정안 발의" 등을 주장한다. 정당과 시기를 막론하고 대응 패턴이 비슷하지만 변화는 미미하다.

지난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 당시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국내 미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 말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달 후 안 전 지사 미투 사건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대책이 논의됐다. 

당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성폭력 뿌리뽑기와 2차 피해 방지"라는 당 차원의 대응을 천명했다. 대책 관련 법안 발의 등 수습책 마련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성폭력방지TF(태스크포스)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했다. 일명 '여성폭력근절특위'다. 여성폭력근절특위를 중심으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긴급히 당정협의를 열었다. 미투 폭로자에 대한 2차 피해 대책이 논의됐지만 결론은 법무부 등의 이견을 확인한 정도에 그쳤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은 "민주당이 가증스럽다"고 집중포화를 가하는 동시에 "성폭력 폭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극복하고 성폭력 근절의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성성폭력근절대책특위를' 출범시켰다.

◇1년 전뿐 아니라 10년 전에도 같았다

정치권도 비슷한 대응만 반복될 뿐 근본적인 변화가 미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사건 이후인 지난 16일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 19명과 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왜 체육계 성폭력은 반복되는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인식이 공유됐다.

여기서 민주당 의원들은 10년도 더 전인 2007년 박명수 우리은행 여자농구팀 감독 성추행 사건 당시 체육계에 대한 정부 대책 등을 언급하며 현재와 비교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책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제를 반복해서 얘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범부처적인 사안들의 대책을 수립하고 잘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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