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협상 압박카드, 한국인 근로자 볼모로 잡은 미국

[the300]미국 “4월 중순 이후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불가피”

최태범 기자 l 2019.01.22 15:54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2018.06.2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미간 이견으로 협정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미국은 우리 정부에 “4월 중순 이후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통보했다.

전국 각지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는 1만2000여명이다. 이중 방위비 분담금의 영향을 받는 것은 8700여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이들을 볼모로 잡아 분담금 총액의 대폭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미측은 협정이 지연돼 인건비 분담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4월 중순 이후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측에 전달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군무원 노동조합 측에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4월 15일부로 한국인 직원에 대한 무급 휴직이 발효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국인 군무원 월급은 한국 정부가 75%, 미군이 25%를 분담한다. 미측이 강제로 무급휴직을 시켜도 정부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노동법이 아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협정 타결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근로자 무급휴직 등의 대응방안에 대해 집행부처인 국방부는 물론 주한미군사령부와도 긴밀히 소통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미간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지난해 10차례의 릴레이 협의에도 총액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해를 넘겼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방위비 분담금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현재 외교부 실무라인의 회동이 중단된데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가 맞물리면서 분담금 협상은 보다 복잡한 양상이 되고 있다.

한미간 장관급 협의도 여의치 않아 향후 정상급에서 타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와 관련해 양국 협상대표간 접촉을 포함,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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