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여야없이 쏟아낸 100여건…지지부진한 '권력형 성범죄 처벌법'

[the300][미투 그 후 1년]'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법'·'운동선수보호법' 등 국회의 '숙제'

백지수 기자, 한지연 기자 l 2019.01.22 17:31

편집자주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안태근 전 검사장을 지목하며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에 나선지 약 1년만인 23일 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 검사의 '미투'를 시작으로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지난 1년 변한 것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을 짚어봤다.

지난해 1월29일 국내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되고 1년 동안 국회가 쏟아낸 이른바 '미투법'이 150여건이 넘는다. 통과는 단 9건이었다. 올해 체육계 미투를 계기로도 체육계에 특화한 '미투법' 발의가 잇따랐다. 수많은 계류 법안 중에도 위계에 의한 구조적인 성범죄를 막으려면 '비동의 간음죄'와 보다 적극적인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법' 등이 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의 근원 '위계에 의한 성범죄' 뿌리뽑을 법=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은 지난해부터 10건 정도로 파악된다. 이른바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sns yes rule)'로 불리는 법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의 거절 의사에도 성관계를 할 경우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보고 처벌하는 법이다. '예스 민스 예스 룰'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명확하게 동의를 나타내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강제추행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해 8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판결 이후 이 법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현행 형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거나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일 경우 각각 강간·강제추행과 준강간·준강제추행을 인정해 당시 안 전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 사례는 극히 일부일 뿐 위계에 의한 성범죄 중 많은 수가 '솜방망이 판결·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직장 내 성범죄 등 위계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위에 압도돼 거부 의사를 나타내도 억지로 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법 적용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동의 간음죄 처벌법은 모두 국회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안 됐다. 계류 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데다 대표 발의자가 원내대표에 당선된 만큼 논의에 기대감도 모이고 있다.
김현정 디자인기자

◇억울한 피해자 또 억울하게 만들지 말자는 법=피해 사실을 알린 '미투' 폭로자에 대한 2차 피해 보호법도 다수 계류 중이다. 그 중에도 대표적인 것이 '미투' 폭로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법안과 미투에 대한 무고죄 적용 유보 법안 등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민주당 의원)과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국회에서 당정 협의도 열렸지만 법안 심사는 제자리 걸음이다. 다른 사실적시 명예훼손 범죄들과의 형평성 등이 걸림돌로 제기된다. 국회에는 아예 사실적시 명예훼손 자체를 폐지하자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안도 계류 상태다.

미투나 성범죄 고발에 대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도리어 제기하는 무고죄 적용을 유예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다. 성폭력 사건 수사 중에는 피해자를 주장하는 이에 대한 무고죄 적용을 유예토록 했다. 법안은 미투 운동 이전인 2016년 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법 개정보다는 법무부의 수사지침에 반영하는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폐쇄적 구조로 인한 체육계 성범죄 방지법=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가해 의혹 폭로에서 비롯된 이른바 '운동선수 보호법'도 국회의 숙제다. 사실상 '합숙 훈련'이라는 폐쇄적 환경을 없애지 않으면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선수에 대한 성폭행과 폭행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최근 체육계 성폭력 가해자를 체육관련 단체에서 영구제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단 시각이 나온다. 문체위 각 의원실은 합숙훈련 관련 내용을 담은 '학교체육진흥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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