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밤새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상대책 "보고 줄여라"

[the300]文 "공부 된다"..건의로 안된 노영민, 공개지시..각계 소통은 확대

김성휘 기자 l 2019.01.23 12:01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11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2019.01.11.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보고서가 너무 많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 
"그래도 공부는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 내부직원들의 대면보고가 줄어든다. 문 대통령이 읽어야 할 보고서의 양도 크게 줄인다. 대통령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비상대책이다. 

노영민 실장은 "앞으로 청와대의 대통령 대면보고와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 양을 줄이자"고 업무지시를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삶에 쉼표를 좀 찍어주자는, 대통령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임명 후 대통령 업무 환경, 청와대 업무 상황 등을 점검했다. 특히 보고서 문제가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퇴근 후 두툼한 보고서 뭉치를 들고 관저로 퇴근, 거기서도 보고서에 파묻히곤 했다. 일과 시간에 각종 업무 보고를 받는데도 그랬다.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한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문 대통령은 평생 변호사로 서류와 씨름했다. 특유의 성실함은 야당 대표시절에도 알려졌다. 자정을 넘겨서도 다음날 발표할 자료, 연설문 등을 끝까지 숙지해야 직성이 풀렸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각종 별첨·첨부자료마저 끝까지 다 읽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보고서 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나왔지만 실현은 안 됐다. 

노 실장은 이게 안타까웠다. 문 대통령이 보고서를 좋아한다기보다, 참모들이 내는 보고서의 양이 너무 많다고 봤다. 가급적 성과를 잘 보고하고 싶은 참모들의 '본능'도 한몫했다. 어지간한 디테일로 문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보고서에 다양한 내용이 담기고 양은 늘었다.

노 실장은 아침 티타임 회의에서 보고서를 좀 줄이자고 제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양은 많지만) 그래도 공부는 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 실장은 결국 비서실장 지시사항으로 '보고서 줄이기'를 내놨다. 문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을 하셨기에 노영민 실장이 좀 공개적이고 강제적으로 업무지시 내린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책임 아래 관련 사안을 전결 처리하는 등 각 실과 수석실별 업무의 책임도를 높인다. 그대신 문 대통령의 내각 보고, 각계와의 소통, 현장 일정은 늘릴 계획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정 운영과 정국 구상을 위한 대통령의 시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검토한 결과"라며 "문 대통령의 시간확보 외에도 대통령이 각계 인사들과의 대화 및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일정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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