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신이]"윤창호법 반대가 맞았다…처벌 모순 우려"

[the300]도로교통법 개정안 유일한 반대 금태섭…"여론 쫓느라 앞뒤 안맞는 법은 문제"

백지수 기자 l 2019.02.05 08:41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음주운전을 엄중히 처벌하려면 법 체계를 제대로 정비해서 해야죠."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불리던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진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음주운전의 기준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인 윤창호법은 지난해 국민의 큰 관심 속에서 정기국회를 통과한 중점 법안이었다.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청년 고(故)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직접 발의 과정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음주운전 치사사고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형을 내릴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등 두 가지 법안으로 이뤄졌다. 두 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7일과 11월29일 본회의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윤씨의 사고 이후 '음주운전은 사형'이라고 분노한 여론이 있던 만큼 윤창호법의 통과에 국회도 적극 나섰다. 먼저 통과된 특가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50명 중 기권 3명이 있었지만 반대가 단 한 표도 없었다. 국회 안팎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 역시 반대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금 의원의 '나홀로 반대'는 이변이었다. 

여론을 감안하면 공개 반대가 쉽지 않았을 터다. 실제로 금 의원은 "표결 이후 '그럼 금태섭은 음주운전이 괜찮다는 것이냐'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저 역시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중 가중처벌 조항이 기존 법 체계와 다소 맞지 않아 향후 위헌 소지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지난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두 번 했을 때의 징역형이 '2년 이상 5년 이하'로 (개정 특가법상) 음주운전 사고가 났을 때의 징역형(치상 1년 이상 유기징역·치사 3년~무기징역)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단순 음주운전 한 사람이 실제 사고를 낸 사람보다 무거운 죄를 받는 것은 안 맞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 의원은 "국민의 법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법을 만들면 실제로 음주운전 처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과실범이 고의범보다 형량이 높아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문제"라며 "나중에 음주운전에 걸린 사람이 오히려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해서 헌법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금 의원은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지난해 12월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지적한 부분"이라며 "당시에는 조 의원이 저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해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법사위가 이같은 미비점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스스로 반성했다. 금 의원은 "법사위에서 (처벌 수위를) 조정해서 보냈어야 하는데 그 때 여론이 워낙 '처벌 강화'에 쏠리다 보니 그대로 본회의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모순된' 윤창호법을 법사위에서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본회의에서는 소신을 지켰다고 금 의원은 밝혔다. 금 의원은 "어쨌거나 국회의원은 각각이 헌법 기관이고 표결에 대해 설명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다른 의원들은 정무적 판단으로 찬성했지만 저로서는 반대가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 의원은 "당장 윤창호법에 대한 개정안은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 표결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금 의원은 "어쨌거나 국회의 다수 찬성으로 통과된 법안이니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윤창호법처럼 특정 사건 때문에 발의되는 이른바 '뉴스페이퍼(신문) 법안'을 경계했다. 금 의원은 "국회 입법 중 '뉴스페이퍼 법안'은 문제"라며 "당시 그 사건에는 맞지만 다른 문제도 있을 수 있는데 윤창호법처럼 제대로 검토 않고 넘어갈 소지가 있어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대표적인 것이 성범죄 처벌 관련법들"이라고 꼬집었다. 금 의원은 "성폭력 범죄를 봐주자거나 가볍게 처벌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다만 현재의 성폭력 범죄 처벌 법안은 여러가지 형태로 들쑥날쑥이어서 양형 체계에 안맞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이것은 오히려 적절한 형벌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며 "최근에는 법사위가 성폭력 범죄 처벌 법안에 대해서도 양형과 법 체계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지난해 12월7일 본회의 표결 현황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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