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스튜어드십 코드, 대한항공 경영권 탈취가 목적?

[the300]"정부가 대한항공 경영권을 '노조'에 넘기려 한다" 주장 검증…'사실 아님'

김남희 인턴기자, 정진우 기자 l 2019.02.02 11:20


박능후 기금운용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1일 한진그룹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시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충실한 ‘집사(Steward)’처럼 가입자의 재산이 투자된 기업의 가치를 관리하는 것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뜻한다. 

발표 전부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한항공 경영권을 탈취해 노조에 넘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의 팩트체크 제보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검증했다.

[검증대상]
정부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대한항공 경영권을 탈취해 노조에게 넘기려 한다.

[검증방식]
◇주주 이익 보호가 목적=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는 '갑질 논란'에서 시작됐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일가의 갑질 및 비리 의혹으로 주가가 하락해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악화시켰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 자체도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국민연금의 주주인 국민의 자산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실시된다.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스튜어드십코드의 목적은 기금의 장기수익성, 주주가치의 제고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튜어드십 코드의 행사 배경은 '주주(국민)의 이익 보장'으로 노조의 경영권 참여와는 무관하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항공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19.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항공 노조, 스튜어드십 코드 반대=대한항공 일반노조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사모펀드인 KCGI와 함께 대한항공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입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등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KCGI와 같은 민간 행동주의 펀드에 힘을 실어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노조에 넘길 방법 없어=현재로선 대한항공 경영권을 노조에 넘기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이 실제 경영권에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은 사용자가 기업경영에 필요한 기업시설의 관리·운영 및 인사 등에 관해 가지는 권리로, 근로자가 관여할 수 없는 배타적인 권리다.

근로자가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간접적 방식은 '노동이사제'다. 해당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를 대표하는 이사가 참여해야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검증결과] '사실 아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인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검토됐다. 노조의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애초 목적과 거리가 멀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대한항공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한항공 경영권을 탈취해 노조에 넘기려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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