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적폐가 된 文정부, 이대로 가면 40%대 무너진다"

[the300][핫피플 핫뷰]바른미래당 의원 "정부여당 일방적 밀어붙이기, 박근혜 때보다 심하다"

강주헌 기자 l 2019.02.04 12:02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적폐가 적폐청산을 한다며 나선 꼴이다."(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건이 계속 터진다. 정국이 마비됐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청와대 행정관의 군 인사 개입 의혹,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대통령 딸 다혜씨 가족의 동남아 해외이주도 궁금증을 낳는다.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 핵심 실세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통령 지지율도 9주째 50%를 밑돌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7%로 나타났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이 의원은 현 정부의 '위선(僞善)'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인 운동권 좌파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되는, 시대의 흐름에서 이미 한참 지나가버린 세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헌법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적폐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권 말기 국민들 다수의 분노는 헌법가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 초기 적폐청산이 지지를 받았던 것은 헌법가치를 지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의 동력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아니고 기존 질서에 대한 과격한 불신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수많은 낙하산 인사와 손혜원 논란 등 이해충돌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정부는 공사구별이 안되고 관리자로서의 투명성 등이 매우 부족하다"며 "일종의 혁명세력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질서마저 본인들이 뒤집을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주어졌다는 심각한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현 정권은 그런 민심을 통찰하지 못하고 단순히 승리에 도취되어 점령군처럼 패배자들을 잔인하게 숙청하는 정치보복에 빠졌다"며 "인간의 삶과 정치를 계급투쟁‧권력투쟁으로만 인식하는 막시즘(Marxism)적 세계관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균열이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의원은 "지금처럼 계속가면 40%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지율이 이 정도 유지되는 건 순전히 문 대통령이 잘해서가 아니라 '탄핵 후 선출한 대통령인데 또 밀어내냐'는 심리적 저지선이 작용한 상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다음은 이 의원과 일문일답.

-현 정부의 문제는 무엇인가.
▶정부여당의 태도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스스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집권했다기보다 상대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의 측면이 컸다. 대규모 촛불집회와 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하면서 보수세력을 기득권으로 몰아 궤멸시켰다는 착각에 빠졌다. 국민주권론에 기반한 민주공화정 원리와 시장경제의 근본가치는 위임의 법리와 예측가능성이다. 최소한 국회의 동의조차 없이 마구 밀어붙이는데 과거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심하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문제는 이번 정권창출 과정뿐만 아니라 현 집권세력인 운동권의 사고방식에 있다. 이들은 1987년 민주화 등을 거치면서 산업화·근대화세력을 악(惡), 자신들은 그들을 몰락시킨 선하고 정의로운 세력이라는 고정관념 또는 지나치게 편향된 역사관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보수세력은 불의한 세력의 계승자 정도로 여긴다. 절대주의 또는 전체주의 경향을 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정부 정책 중 예를 든다면 무엇인가.
▶과도한 실험적 좌파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경제는 파탄상태인데도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하다. 북한과 교류 등도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만들겠다며 안보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탈원전이나 최근 예타면제 논란 등도 마찬가지다.

-운동권 세력에 대해 평가하자면.
▶반대세력들과 권력투쟁에는 능하지만 그들도 실제로는 구시대세력에 불과하다. 헌법가치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가진 전근대성에 대한 감수성이 약하다. 그동안 권력에 굶주려 왔고 운동권의 삶의 궤적 자체가 경제적 기반이나 글로벌경험이 약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투명성이나 근대성이 몸에 배있지 않다. 문재인 정권의 인맥이 그러니 하는 인사마다 그런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1심 판결문에서 인정된 사실과 증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김 지사는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의 사실상 교사범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엄청난 파괴행위인데 드루킹이나 김경수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한테는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잡아야 하고 그런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여론조작쯤이야 하는 태도가 묻어난다.

-여당에서는 이번 판결과 관련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재판에서 사법부는 법관 개인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적용하는 헌법기관이다.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했던 분으로 주관이나 성향에 좌우되지 않는 냉철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정치리더들이 스스로 헌법가치에 투철하지 못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김 지사 자기가 최고 실세이면서 법관 판결을 그렇게 하찮게 여기고 무슨 억지를 부리고 있나. 국정원 댓글사건 때 그리 거품을 물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대통령 딸 해외이주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정권 때 온갖 의혹을 제기해서 가짜뉴스를 남발한 게 누군가. 그때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떠들어대고 지금 와서 이렇게 불통에 권위적인 태도는 국민들을 질리게 한다. 정당한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에게 "응분의 대가"라니 과거 군사정권 때도 그런 표현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한 적이 있었나. 김태우·신재민 건 때도 그러더니 이건 완전히 공포정치다. 그냥 해명할 일이지 왜 겁박을 하는가. 자신들이 혁명적 권한을 부여받은 절대정부란 의식이 깔려있다. 정말 큰일이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야권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진 않는 것 같다.
▶현 정권에 별 기대도 없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별 볼 일 있냐는 게 국민여론이다. 한국당의 경우 열렬보수층에선 노쇠한 '웰빙정당'이란 평가가, 중도보수층에선 민주당이나 다 같은 '기득권세력'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열렬보수층에선 '분열세력', 중도보수층에선 무능한 '2중대세력'이란 비판이 있다.

-대안을 말한다면.
▶야권의 재편과 대대적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대안부재로 인해 문재인 정권 지지가 최소한 수준으로 지탱될 수도 있다. 아마도 현 집권세력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되고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도록 조장할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야당이 선거를 이기려면 '정권심판론'이 먹혀야 한다. 민심은 무르익었어도 야권이 분열되면 전선형성이 잘 안될 것이다. 선거구도가 복잡해지면 야권은 공멸할수 있다. 단순히 선거 문제가 아니라 견제세력의 부재 내지 지리멸렬로 국가적 위기가 올 수 있다. 정치권은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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