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패 깐 北美, 하노이선 '비핵화-보상' 짝짓기 본게임

[the300]美비건vs北김혁철, 다음주 하노이서 후속 실무협상...완전한 비핵화 단계별 상응조치 조합 관건

오상헌 기자 l 2019.02.11 15:16
다음주 이어질 북미 후속 실무협상은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 문구를 사실상 결정하는 '본게임'이다. 지난 6~8일 '평양 예비담판'은 북미가 갖고 있는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평양 실무협상의 성격에 대해 "협상은 아니었다(Not Negotiation)"(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협상이라기보단 서로가 요구하는 걸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발표할 '하노이 선언'의 밑그림은 이르면 1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후속 실무회담에서 결정된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주고받을 서로의 패를 조합하고 짝짓기하는 본협상이다. 

11일 외교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평양 실무협상에선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풍계리·동창리 핵·미사실 실험장 해체·검증과 이에 따른 보상 조치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언급했던 비핵화 조치들이다.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도 영변 핵시설 해체가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미국이 최근 북한이 요구해 온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해 "(비핵화-상응 조치를)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비건 대북대표)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영변 핵폐기에 대한 보상으로 △인도적 지원 △북미 연락사무소 개소 △종전선언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구상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로드맵과 시간표도 상세하게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변·풍계리·동창리 외에 △북한 전역(영변 외)의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시설 폐쇄 검증 △핵·미사일 포괄적 신고 검증 △핵물질·핵무기·대량살상무기(WMD) 비축고 전면 폐기 등이다. 

북한 실무대표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북미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 등과 함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일부 허용과 대북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주 '하노이 회담'은 북미가 공개한 여러 패들을 단계별로 조합하고 이행 순서와 시간표를 설정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과 타임 테이블을 명문화 하려는 미국과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적 보상을 합의문에 담으려는 북한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협상 과정에서 북미가 핵 동결과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스몰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는 데 그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됐지만 "미국 조야에선 여전히 1차 회담 때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양국 모두 '완전한 비핵화'의 동일한 목표와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를 눅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북대표는 지난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우리(한미)는 같은 생각(We are on the same page)"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스몰딜'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례없는 과감한 외교적 노력으로 70년의 깊은 불신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미국과 북한 두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큰 원칙에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진전시키는 중대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낙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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