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문재인 정부 성평등 정책, 남성 역차별이다?

[the300]문재인 대통령 '성평등한 대한민국' 공약으로 검증…'대체로 사실아님'

김남희 인턴기자, 정진우 기자 l 2019.02.16 08:00

/자료=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집



'20대 남성의 분노'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국회에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워마드를 집중 다루는 토론회를 열어 화제가 됐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련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 토론회와 간담회에 참석한 남성들은 "여성할당제와 같은 정부의 여성친화적 정책으로 남자가 역차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는 여성친화적 정책을 중점 시행하고 있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성평등' 정책의 이행률 중심으로 검증해봤다.


[검증대상]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지속가능한 사회 활기찬 대한민국- 지속가능하고 성평등한 대한민국' 부문에서 정책 수립이 필요한 공약 중심으로 검증한다.

[검증방법]
◇여성청년고용의무할당제, '청년'에 집중='여성청년고용의무할당제'는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서 매년 정원의 3~5% 이상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고, 여성청년 채용도 할당한다는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청년·여성·중장년 맞춤형 일자리 대책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공공기관의 청년 의무고용 비율을 현 정원의 3%에서 5%로 늘리고, 민간기업에는 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청년고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의 청년 의무고용 비율을 기존 3%에서 5%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은 추진 중이다. 300인 이상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는 공약은 여야의 합의 불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청년 채용을 할당하는 정책은 없었다.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여성 일자리 대책은 육아휴직급여 인상, 남성 출산휴가 확대 등 육아부담 경감에 중점을 뒀다. 여성보다 '청년고용'에 집중한 셈이다.

국회 토론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공무원 여성할당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되거나 연장된 정책이 아니다. 정확한 명칭은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2003년 도입됐다. 한쪽 성별의 합격자가 30% 미만일 때 해당 성별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정책이다. 2007년 중앙인사위원회는 5년간 시행 예정이었던 제도를 2012년까지 연장했고, 다시 2012년 개정된 균형인사지침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규정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제도 도입 직후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혜택은 여성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2010년부터 남성이 혜택을 입는 비율이 늘었다. 행정자치부는 2010년부터 6년간 지방공무원 시험에서 제도의 혜택을 받아 추가 합격한 사람은 616명으로 남성이 458명(74.4%), 여성이 158명(25.6%)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2017년 11월 정부는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5개년 로드맵'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에 여성임원 목표제를 도입해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을 10%,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여성임원 비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인 2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시장형·준시장형 35개 공기업의 고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원 163명 중 여성은 1명(0.6%)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30대 민간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인 3.1%보다도 낮다. 공기업의 전체 여성임직원 비중은 최근 5년간 증가해 지난해 16.6%까지 상승했지만, 여성임원은 매년 감소해 '유리천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로드맵을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은 성평등 목표 달성 노력도를 평가받는다. 공공기관이 수립한 성평등 목표치를 어떻게 달성해나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독한다.

여성계에선 지금 속도로는 2022년까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공약은 초기 이행단계로 보인다.

◇성평등 임금공시제='성평등 임금공시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36.7%)의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 수준(15.3%)으로 낮추기 위한 공약이다. 성별 임금격차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고용주에 임금격차 개선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 국회는 공공기관의 성별 임직원 임금 현황을 공시토록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지는 못해 반쪽짜리란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임금공시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의 임금공시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가능해 아직 본격적인 추진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7월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성별·고용형태별 고용현황과 평균임금을 공시해 성별 임금 격차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1년7개월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통과=지난해 12월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의 입법안인 '여성폭력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증오범죄·데이트폭력·디지털성폭력 등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하고,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여성단체 측에서는 여성단체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경비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지원한다)을 임의조항(지원할 수 있다)으로 바꾼 것에 우려를 표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만 피해자로 한정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원안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 즉 젠더폭력으로 규정해 남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여성에 대한'이라는 문구가 추가돼 개념이 좁혀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대상을 좁히면 남성 피해자를 배제하게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여성고용할당제'의 경우, '여성 할당'이라고 특정할 만한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논란이 된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2003년 도입됐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을 중심으로 여성 고위직 비중을 늘리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나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된다. 민간기업의 공시제 도입은 법 개정 지연으로 지체되고 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방지법'이라는 명칭으로 통과됐다. 모든 성을 포괄하는 '젠더'가 심의과정에서 '여성'으로 좁혀진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현 정부가 여성친화적 정책만 중점 시행하고 있다"는 건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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