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선언 향해가는 文프로세스…평화의 ‘탄탄대로’ 놓는다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3. 험난했던 文프로세스

오상헌, 김성휘, 최태범 기자 l 2019.02.18 13:16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정상회담에서 '패러다임 체인지'에 합의했던 북미 정상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선언'에 나선다. 선언이 비핵화와 평화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제시한다면 보다 중요한 것은 그 후(post)이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하노이 북미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재인 프로세스'의 성과를 짚고, 회담 결과를 전망해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를 제시한다.

/사진=이승현 기자


평창의 '문쏘공' 하노이 슈퍼위크로…험난했던 '문프' 여정
①문 대통령, 대화와 관여로 북미 모두 설득

2월 마지막 주는 역사에 기록될 슈퍼위크다. 북미 정상이 27·28일,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한다. 다음날 3·1운동은 100주년을 맞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지인 베트남의 국가주석과 양자 정상외교도 펼칠 전망이다. 은둔·고립국가의 수장이 국제무대에 한걸음 더 나오는 셈이다.

슈퍼위크 주인공은 북미 양 정상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요인도 여러가지다. 하지만 '문프'를 빼곤 설명이 안 된다. '문재인 프로세스'이자 문재인 프레지던트(대통령)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압박이 아니라 대화와 관여(engagement)만이 해법이라고 북미 양측을 설득했다. 어려울 때마다 '문재인 모멘텀'은 상황을 반전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하듯 "큰 전쟁"(major war) 위기를 넘고 슈퍼위크가 왔다.

◇신의한수 '평창'…상상력과 진정성
극적 변화의 출발을 대개 2018년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로 꼽는다. 진짜 신호탄은 2017년 문 대통령이 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 해 6월24일 대담한 제안을 한다. 전북 무주서 열린 세계태권도 대회에서 북한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첫 제안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2017년 한 해 15회 발사)을 하고 있어 현실성이 낮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7월 독일에서 베를린구상을 발표했다. 불가침 의지 등 북한의 불안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12월 평창 홍보를 위해 미 NBC 방송과 만나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 합동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과 조율한 결과였다. 김 위원장 신년사는 여기에 화답한 것이다. 

2월 평창 올림픽은 평화롭게 치렀고 남북이 특사를 교환(김여정-정의용)하며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곧장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결단까지 받았다.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완전한 비핵화, 적대행위 중지를 약속한 역사적 순간이 됐다.

이 과정에 '상상력'이 빛났다. 평창을 대전환의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면 부분적 제재 완화'라는 출구를 제시했다. 3국 정상이 직접 움직이는 '톱다운'은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의 특성과 희망사항을 포착한 문 대통령의 새 접근법이다.

또다른 비법은 신뢰다. 남북 정상은 진정성을 가진 '도보다리 대화'에서 북미관계, 비핵화 등을 털어놓고 말하며 신뢰를 쌓았다. 연락사무소 합의는 5개월 후인 9월14일 개소로 성사됐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편에 억류했던 미국인들을 보냈고(5월9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5월24일)했다. '거래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싱가포르"라고 트위터를 썼다. 

【뉴욕(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8.09.29.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문재인 프로세스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 후 북미 2차 정상회담도 순조로울 듯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 재차 방북했다. 그런데 실무회담에 맡겼던 비핵화 협상이 늪에 빠졌다. 서로가 상대에게 '청구서'를 내밀었지만 "뭘 믿고 해주느냐"고 똑같이 거부했다.

남북은 9월 평양서 3차 정상회담으로 한걸음 더 나갔다. 반면 북미 협상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입지가 걸린 상하원 중간선거(11월6일) 국면에 들면서 정체됐다.

이번에도 '문재인 모멘텀'이 작동했다. 문 대통령은 11월말 G20 정상회의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벌어지던 북미 사이를 다시 좁혔다. 비핵화의 상응조치란 제재 완화 말고도 군사훈련, 인도적·비정치 교류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카드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선언했다.

'문쏘공', 문 대통령이 평창에서 쏘아올린 한반도 평화라는 공이 하노이까지 갔다. 이제 북미 정상은 적대와 불신으로 되돌아가지 않게 서로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구체적 합의와 실천을 해내야 한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확고한 소통 채널, 신뢰 구축에 문 대통령의 평화, 김 위원장의 경제번영,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라는 동기와 이익이 수렴되면 긍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국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와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관여' 말고 다른 옵션은 없다"며 "북한은 제재와 압박에는 부정적으로, 관여 정책에는 긍정적으로 호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이승현 기자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센토사~하노이, 불신과 신뢰 8개월의 롤러코스터
②비핵화-상응조치 ‘디테일의 악마’…출렁인 북미관계

/사진=이승현 기자

‘평화의 섬’ 싱가포르 센토사를 거쳐 ‘기회의 땅’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8개월 동안 북미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불신과 신뢰를 오갔다. 

지난해 6월 12일 역사적인 첫 만남은 70년 적대관계의 종식과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장면에서 전 세계는 환호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비핵화-상응조치와 관련한 ‘디테일의 악마’ 때문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해 7월 6~7일 3차 방북은 ‘빈손방북’에 그쳤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강도적인 요구를 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 내부에서는 대북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북한지역 내 미군 전사자 유해를 송환하는 것으로 신뢰 회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상회담 후속 이행을 진전시키자는 내용의 친서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유해송환 약속을 지켜준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멋진 서한에 고맙다고 밝혔다. 특히 “곧 보기를 고대한다”고 말해 조만간 2차 정상회담도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낳게 했다.

그럼에도 북미관계는 다시 8월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서로 상대의 선(先) 조치를 요구하는 신경전을 이어가던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8월 27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사흘전 전격 취소했다.

김 위원장은 또다시 ‘친서외교’로 활로를 뚫었다. 백악관은 9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4번째 친서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해왔고 북측과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후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며 북미대화의 불씨도 살아났다. 10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복귀한 뒤 “2차 북미정상회담은 11월 중간선거 후 열리게 될 것이며 회담 장소로 3~4곳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2차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간 후속 고위급회담은 11월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채 고위급회담은 직전 날 전격 취소됐다.

12월초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판문점에서 북측과 물밑접촉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북미관계는 새해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먼 길을 돌아온 북미관계는 새해 들어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 대통령과 마주 않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친서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친서를 들어보이며 “훌륭한 편지”라고 극찬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1월 18일 워싱턴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날 “비핵화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 2월 말쯤 김 위원장과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정상회담 일정을 ‘27~28일 베트남’으로 구체화했다. 그 직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실무협상이 진행됐고, 그가 돌아온 8일 정상회담 장소가 하노이로 최종 확정됐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의 추가 실무협상은 이번 주에 진행된다. 의전·경호 관련 실무협상도 별도로 이뤄진다. 첫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동안 불신과 신뢰를 오르락 내렸던 북미, 이제 2차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본격적인 ‘핵 담판’에 돌입한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하노이 '2차 핵담판'…남·북·미 협상가 면면
③'비건-김혁철' 의제 조율...韓촉진·중재 역할

/사진=이승현 기자

27~28일 열리는 제2차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8개월 전 싱가포르 센토사 회담과는 협상의 틀과 협상가의 면면 모두 적잖은 차이가 있다. 

2차 회담 준비 과정에선 북미 채널 외에 한미·남북미 협의체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북미는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보상을 조율하는 실무대표를 모두 교체했다.

1차 회담의 경우 북미 정상의 첫 만남과 '비핵화-평화' 원칙 합의라는 상징성과 의미가 컸다. 이와 달리 2차 회담에선 남·북·미 모두 구체적·실질적 진전과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한미 공조와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강화되고 북미 협상 전문가가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

2차 회담 성사의 가장 큰 주역은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비핵화(김정은)와 상응조치(트럼프)를 매개로 한 수차례의 친서 교환 등을 통해 역사적인 2차 회담 테이블을 마련했다.

북미 고위급 대화는 1차와 마찬가지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맡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7월과 10월 방북했고,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반면, 북미 모두 실무협상 대표를 바꿨다.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문을 조율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빠지고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테이블에 앉았다. 김 대미대표는 외무성 전략국 출신의 핵·군축 전문가다. 비건 대북대표는 정부와 의회, 민간기업 등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협상 경험을 쌓은 합리적 협상가로 통한다.

정상회담의 또 다른 축인 의전 협상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 라인이 맡았다. 지난해엔 김 부장과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카운터파트로 의전과 경호 등을 협의했다.

우리 정부와 당국자들도 활발히 움직였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 공조와 협상 전략 조율에 나선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적극 조력에 나섰다.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핵화 실무협상의 완충자로서 한미·남북미 의견 조율을 맡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의 독대 후 예상되는 확대정상회의 배석자 면면도 관심거리다. 1차 회담 당시 북측에선 김 위원장과 함께 김영철 부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이번 2차 회담 때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해 폼페이오 장관,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테이블에 앉았다. 2차 회담에선 퇴임한 켈리 전 비서실장 대신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이 배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튼 보좌관의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간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 과정에서 매파의 입지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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