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연 7조원…'자발적 실업자' 까지 확대 지급 한다면?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자발적 이직'에도 실업급여…'자영업 혁신' 동력 될까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이원광 기자 l 2019.02.19 08:09

김병관 민주당의원 '누구나 실업급여법'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자는 122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4.5%다. 지난해 1월에 비해 실업자 수가 20만 4000명 늘었다. 취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실망실업자)는 5만명 이상 증가해 60만 5000명에 이른다. 

열악한 고용시장은 고용보험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 고용보험 납부자가 줄어드는데 구직급여 지출액은 늘어난다. 1월 새롭게 구직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7만 1000명. 정부는 기존 수급자를 포함해 46만 6000명의 실업자에게 6256억원의 구직급여를 지급했다. 이 기간 고용보험 자격을 신규로 취득한 사람은 80만 1000명인데 반해 상실자는 90만 3000명이다.

1995년 도입된 실업급여 제도는 일 하겠다는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취업활동기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활동 유도를 위해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만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장에서 18개월간 180일 이상 근무하다 회사 경영사정 등으로 이직한 경우, 이직일 이전 평균임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1일 상한액(6만6000원)과 하한액(최저임금의 90%)이 설정돼있다. 

실업자는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재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한다. 실업자는 구직급여와 별도로 조기재취업수당, 직업능력개발수당 등 취업촉진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한해 123만 7000명이 구직급여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814억원 증가한 7조 1828억원이 구직급여 예산으로 책정됐다.

고용보험은 그동안 적용범위와 지원 수준이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실업급여 지급 종료 후에도 △장기실업으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운 사람들 △자발적으로 이직했다가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 △까다로운 수급조건으로 실업급여를 못 받는 이직자들 △고용보험에 아예 가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직한 사람들 등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는 광범위하다.

더구나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고 구직급여로서 생계가 힘든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에서 실업급여제도가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안전망이 되기에는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누구나 실업급여법’이다. 법안은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자기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 즉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직 노력을 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현행 구직급여의 1/2 범위에서 지원해 경제적 재도전을 지원하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구직급여는 임금근로자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거나 자영업자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다시 하기 위해 폐업하는 경우 수급자격이 없다. 

비록 자발적 이직을 했더라도 전직이나 창업이 어려워 장기간 실업상태에 처하게 되면 생계곤란 등 경제적 고통이 가중된다. 자발적 이직자에게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구직급여를 지급할 경우 재취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 실업상태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이 법은 타당한가?=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그리스 등은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칠레,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은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아무런 제한 없이 구직급여를 준다.

더 많은 나라들은 △수급액을 삭감(불가리아, 체코 등)하거나 △일정기간 지급을 유예(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한 후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2016년 기준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 자발적 이직자는 전체 피보험자격 상실자 641만 명의 63.1%에 달했다. 2011년 이후 평균 60% 이상이 자발적 이직자였다. 이들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할 경우 당연히 고용보험기금 부담이 커질 것이다.

더구나 자발적 사유로 이직한 사람들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위해 이직한 자, 그리고 자영업 폐업자들 중 전직 또는 자영업 재개를 위하여 폐업한 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 전직 또는 자영업을 위해 이직하지 않았음에도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려고 이직했다고 구직급여를 신청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관 의원 외에도 홍영표·박광온·강병원·김정우·전재수·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들이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하자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3개월 이상 실직 중인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빈번한 이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를 불식시키고 비자발적 이직자와 형평성, 기금의 재정여력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적정 유예기간의 설정, 소득을 고려한 지급대상의 제한, 지급액, 지급기간 등이 검토대상이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 수급요건만 충족되면 지급받는 사회보험이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의 수급요건이다. 누구도 고용보험료를 꾸준히 내 온 가입자를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몰아낼 수는 없다.


"창조적 파괴·새로운 도전 지원" VS "도덕적 해이 우려"

웹툰 시대, 업종 전환에 나선 만화방 점주의 판단은 자발적인가 비자발적인가. 회사의 비전을 우려해 전직을 결정한 직장인은 어떨까. 자발적 이직자를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누구나 구직급여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현행 고용보험 체계는 비자발적 이직자를 집중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고용보험법은 비자발적 이직을 대체로 점포나 회사의 영업 악화가 주 원인인 경우로 보고 있다.

같은법 69조 7항 3호에 따르면 매출액의 급격한 감소 등이 아닌 경우 자영업자가 전직이나 재창업을 위해 폐업하면 구직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폐업한 달 직전 6개월 동안 매달 적자가 발생한 경우 △폐업한 달 직전 3개월(기준월)의 월평균 매출액이 전년 동기 수치 등과 비교해 20% 이상 감소한 경우 △기준월 월평균 매출액과 기준월 직전 2분기의 분기별 월평균 매출액이 감소세인 경우 등이 급여 대상에 속한다.

이에 해당 제도가 국내 자영업계의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업종 발굴에 나선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과당 경쟁이나 사양화에 앞서 과감한 폐업과 새로운 도전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국내 24년째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국내 외식업의 트렌드는 유행과 입소문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예측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점포의 매출이 하락하고 다른 업종을 준비하면 늦다”고 강조했다.자발적 이직에 나선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고용보험법 58조 2항 1호에 따르면 전직이나 자영업 창업 등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근로자는 고용보험금 수급 자격이 없다.

‘누구나 실업급여법’에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해당 법안은 고용보험법 44조2항3호에 ‘전직이나 자영업을 위해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수급자격자’를 고용보험 대상으로 추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매출액 급감 없이 재도전에 나선 자영업자를 배제한 같은법 69조 7항 3호은 삭제했다.

반면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심성 복지 제도로 무책임한 퇴사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다. 재창업을 위한 이직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다. 개인 사유에 의한 퇴사자까지 국가가 보호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현행 법이 임금 체불과 성 차별 등에 의한 비자발적 이직 사유를 규정한다는 점에서도 ‘누구나 실업급여법’이 불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101조2항에 따르면 △임금 체불 △최저임금에 미달된 급여 지급 △종교‧성별‧신체장애‧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대우 △사업장 도산 및 폐업이 확실하거나 대량 감원이 예정된 경우 △사업의 양도, 인수‧합병 등으로 퇴직을 권고받거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등이 비자발적 이직 사유로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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