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넘으려는 김정은, 역사에 남으려는 트럼프(종합)

[the300][런치리포트][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4.김정은vs트럼프

최경민 기자, 오상헌 기자, 김성휘 기자, 권다희 기자, 김평화 기자 l 2019.02.20 09:24

편집자주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역사적인 이 회담의 성과를 전망하고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비가역' 변곡점 넘으려는 김정은 "트럼프 임기내 빅딜"
4-① 정상국가의 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딜'을 반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운터파트로 있을 때 성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자신을 '악의 축'으로 보는 미국 워싱턴 D.C.의 정치인들 보다 사업가 출신으로 '기브 앤드 테이크'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이 훨씬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생각은 지난해 9월 우리측 대북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한다"고 밝힌 것.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가능한 인물'로 보면서도,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함께 담긴 메시지였다.

시간은 이제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한다면 협상을 4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은 원점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2년 안에 북미 간 협상을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끌고 가야 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숙제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속전속결 협상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게 뭐가 있나"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다.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비핵화는 확고한 의지"라며 '비핵화'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만큼 비핵화 협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내가 말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CVID(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없는 비핵화)이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이든 모두 수용가능하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바라는 것은 제재완화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김일성·김정일과는 차이가 있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으로 애플 컴퓨터를 쓰고, NBA(미 프로농구)에 열광하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경제적 가치 를 기반으로 한다. 

이미 지난해 협상 시작 국면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고 '경제 총력'을 내세웠다.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다"고 한 것도 그만큼 제재완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른 길'이라는 것은 친중노선으로의 회귀로 해석됐지만, 협상용 메시지 이상의 의미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경제 개발의 길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완화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돼 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많은 경제적 이득을 남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역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깨고 동북아 냉전을 몰고오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협상'은 김 위원장에게 거의 유일하게 나 있는 길이다. 스스로 강조해온 '경제 총력'을 물리고 '고난의 행군'을 택한다면 '최고존엄'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북한 내부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연내에는 자신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미리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협상판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완전한 비핵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가장 큰 카드가 '제재완화'라는 것을 김 위원장이 모를리가 없다.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생각, 그리고 처한 상황, 모두 하노이의 담판에서 '빅딜'이 기대되는 이유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고르디우스의 매듭'(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을 풀었다고 했다.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청와대는 "정상 간의 통 큰 합의를 통해 난마처럼 꼬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며 친서를 꺼내며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벨'로 역사에 남으려는 트럼프 "김정은 지쳐보인다"
4-② 협상왕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지쳐보인다"고 했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으로 자본주의의 맛을 하는 김 위원장이 낙후된 북한의 경제 상황에 지쳤다는 말도, 자신의 가한 최대한도의 압박에 김 위원장이 지쳤다는 말도 모두 성립되는 언급이었다.

지친 협상 상대가 결국 '빅딜'에 합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내민 당근은 달콤해 보인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면 바라는 것을 이뤄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에는 "북한은 경제적인 '로켓'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워싱턴 정치인'이 아니다. 철저한 사업가다. 사업가가 대가없이 공짜로 뭔가를 주는 법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확실하다. 경제성장을 줄테니,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제재해제는 핵무기가 더이상의 안보적인 요인이 아닐 때 하겠다"며 비핵화가 20%만 진행되면 불가역단계라고 말해왔다. 김 위원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채로는 경제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연일 "서두를 필요 없다"며 일견 느긋하게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아쉬운 쪽은 지쳐있는 김 위원장'이라는 속내로 해석된다.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저 (핵)실험이 없기를 바란다. 알다시피 제재는 모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도력에서 오는 여유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협상 전략이자 무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협상 가능한 상대"임을 확인한 상태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강한 악수'를 청하는 등 기선제압을 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진정성은 1초면 알 수 있다. 똑똑하고 좋은 협상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역사에 남을 수 있는 확실한 업적이다. 명성에 집착하고, 자기과시적 면모가 강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다. "이게 모두 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화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사며 북미 간 중재를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는 면모다. 

아예 미국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해 4월 미국 미시간주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 노벨"이라고 외친 것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업적에 집착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가 내년 11월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등 이슈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궁지에 몰렸다. 여론조사와 언론을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김 위원장을 상대로 마냥 여유부릴 상황은 아닌 것이다.

국정운영의 반전을 위해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카드 중 하나가 북핵 해결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확실한 업적을 이룩해 노벨평화상이라도 수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즉흥적이면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하노이 담판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일 경우 기대 이하의 합의문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빅딜' 성사에 꾸준히 관심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자신의 가장 큰 관심사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연계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협상의 달인으로 불려온 승부사적 기질 역시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동력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서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라며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2일(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채택을 13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8.6.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빅딜이냐 스몰딜이냐…北美 영변+로드맵 '중간 딜' 부상
4-③영변과 시간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정가와 정치권에서 빅딜(big deal)·스몰딜(small deal), 낙관·비관론이 부딪치고 있다. 현재로선 완전한 비핵화(FFVD)에 북미가 합의하는 낙관론보단 핵동결·미사일 폐기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북미가 빅딜과 스몰딜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이행 가능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등과 일부 남북경협 재개 허용을 맞바꾸되, 비핵화 단계 이행과 로드맵을 합의서에 반영하는 이른바 미디움딜(medium deal) 방식이다. 북미가 신뢰를 회복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제재해제까진 가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기반한 프로세스다.  

19일 외교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북미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조율과 합의문 초안 작성을 위해 이르면 20일부터 실무협상을 진행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베이징을 경유해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하노이로 곧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시간은 꼭 일주일이다. 의제 조율 협상 결과에 따라 2차 정상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갈린다. 북미 실무대표는 비핵화와 새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약 10개 안팎의 이행 의제를 합의문에 어떻게 반영할지 수싸움에 나선다. 비핵화 의제의 복잡다기성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27일 새벽까지도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차 회담의 성패와 판단 기준을 두고선 전망과 분석이 극명히 갈린다. 이른바 '스몰딜 회의론'에 불을 지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백악관 기자회견 때 북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단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동결과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우선순위를 둔 '나쁜 거래'(bad deal)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비건 대북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영변과 영변 외 플루토늄·우라늄 폐기·검증·신고, 핵·미사일 비축고 전면 폐기 등을 '완전한 비핵화'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시간표에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우선은 영변 핵시설 등의 폐기와 실효적 검증에 주력하는 '중간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타임테이블을 설정하되, 구체적인 비핵화-보상은 당장 실현 가능한 조치에 모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2차 회담이) 스몰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빅딜로 가기엔 (협상) 시간이 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전 정관은 그러면서 "스몰딜은 넘고 빅딜로 나가기 위한 틀을 짜는 선에서 이번엔 끝나고, 후속 협상에서 빅딜을 위한 시간표를 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18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2차 회담에서 최소한 목표로 삼아야 할 선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된 영변 핵시설·동창리 미사일시설 폐기"라며 "(이에 더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아나갈 워킹그룹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했다. 북미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과 협의틀이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나쁜 거래'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스몰딜은 아니다"고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우리의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포괄적인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같은 결로 읽힌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의 조엘 위트 대표도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완전한 비핵화)을 한 번에 다 달성할 수는 없다"며 단계적 이행 가능성을 크게 봤다. 위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외교안보포럼 간담회'에서 "회담이 낙관적이어도 비관적이어도 안 된다. 현실적이어야 한다"며 "합의문에 구체적인 비핵화 액션(실행) 아이템이 들어가고 북미가 로드맵도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 사찰·검증에 합의하고, 영변 외 플러스알파까지 나아갈 경우 미국이 상응조치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을 전제로 기존 검토안인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를 넘어서는 '당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협상은 엄밀히 큰 그림을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를 조율해 내는 방식으로 '스몰딜'과 '빅딜'을 아우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당장 가능한 수준에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므로 스몰딜이다, 빅딜이다 한쪽으로 몰아가는 건 전체 협상과 합의문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 국빈방문·트럼프와 회담…김정은 '동선' 주목
4-④혈맹 강조·산업시찰
다음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동선'에 이목이 집중된다. 베트남과의 우호관계를 부각한 국빈일정을 소화한 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반세기만의 北 국빈방문…베트남과 우호관계 강조할 듯=앞서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25일 베트남에 입국해 응우옌푸쫑 베트남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 보도했다. 보도대로면 베트남 국빈방문을 27~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소화하는 일정이다.

국빈방문을 북미정상회담 전 진행하는 것 자체에 '베트남을 단지 북미회담 무대로만 간주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오는만큼 첫 이틀간엔 양국의 '혈맹'관계를 드러내는 행보가 유력하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은 1964년 10월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에서 호치민 주석을 만난 지 약 55년만에 이뤄지는 것인데다, 김 위원장에게 중국 외 첫 국빈외교 무대라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일성과 각별한 관계였던 호찌민 주석의 묘지와 관저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국가들의 외교관례에 따라 국가의 상징적 인물의 묘에 참배하는 일정도 포함될 수 있다. 

혈맹관계를 보여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김 위원장이 하노이 북부 박장성의 묘역을 찾을 수도 있다. 북한 의전 총괄자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다녀간 곳으로 전해진 이곳은 베트남전에서 숨진 북한군 14명의 추모비가 있다. 

김창선 부장이 최근 동선을 점검한 박닌성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도 유력한 방문지다. 첨단기술에 관심이 높은 김 위원장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행보다. 하노이 동쪽 항구도시 하이퐁 산업시찰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울러 김일성이 호찌민과 함께 간 하롱베이를 김 위원장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하롱베이는 하노이에서 차로 약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만큼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첫 이틀 북미정상회담…트럼프·김정은 '친분 보여주기' 장면도 주목=이후 김 위원장은 27~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당일치기' 회담이던 1차 때와 다르게 이틀간 열리는 첫 북미정상회담인 만큼 어떤 일정으로 구성될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김창선 부장이 미국 측과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나는 장면이 포착돼 이 곳의 활용 목적이 주목된다. 당초 거론된 국립컨벤션센터(NCC) 대신 이곳을 회담장으로 대체하거나 두 정상의 친교무대로 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NCC가 트럼프의 예상숙소 JW메리어트와 가까운 반면 오페라하우스는 김 위원장의 유력숙소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 호텔 인접했다는 점에서 북측이 경호 등을 이유로 회담장 교체를 요구했을 것이란 추정도 제기된다.

아울러 '단독→확대 정상회담→오찬→산책→공동성명 서명식'으로 진행됐던 지난해 일정과 비교해 회담 둘째날 '도보다리 회담' 같은 친분을 드러내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기자회견에 김 위원장이 참여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입국 경로도 이목을 모은다. 김창선 부장이 베트남에 입국할 때 직항 대신 광저우를 경유해 1박을 한데다 베트남 입국 후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랑선성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김창선 부장의 답사로 김정은의 열차 입국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북한 입장에선 가급적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유명 쌀국수 체인점을 찾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3.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정상국가 야망, 文 '호치민과 쌀국수' 참고할까
4-⑤하노이 갔던 文

호치민 영묘(靈廟)와 쌀국수집. 

문재인 대통령은 11개월 전, 지난해 3월22~24일 베트남 하노이를 국빈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달 베트남 방문에 시선이 쏠리면서 문 대통령의 동선이 북측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 공식 정상외교의 키워드는 '호치민'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호치민 묘소(영묘)에 헌화하고,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주석궁에서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주석궁 바로 옆의 호치민 생전 거소로 안내 받았다. 문 대통령은 호 주석이 보고를 받던 책상에 앉아서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 호치민 주석님의 애민정신을 마음깊이 새깁니다."라고 방명록도 썼다.

호치민이 잠든 영묘, 그가 생전에 살던 집과 주변 정원은 우리의 청와대 격인 주석궁 구역에 포함된 지역이다. 영묘 앞은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이나 베이징 천안문 광장처럼 널찍하게 트여 있다.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소프트한 외교일정은 '박항서와 쌀국수'로 상징됐다. 문 대통령은 첫날 항더이 축구장에서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났다.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이자 경제, 외교안보적으로 우리에게 부쩍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박항서 감독의 '박항서 매직'이 한창 타오르기 시작했던 때다. 

베트남을 떠나는 날 아침엔 하노이 유명 쌀국수집인 포 텐 리꾸옥수(pho 10 Ly Quoc Su)를 찾았다. 문 대통령 부부는 7만5000동(베트남 동), 우리 돈 약 3800원 정도인 쇠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이혁 주베트남 대사 부부가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일정으로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아세안 청년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크게 세 종류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북미 정상회담 외에 △베트남과 양자 외교 △경제·산업·관광 분야 현장 방문이다. 우선 양자외교는 문 대통령 동선과 흡사할 전망이다. 특히 호치민에 대해 각별한 예우를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두차례 베트남 방문(1958년, 1964년) 때 호치민과 회담했다는 인연을 부각할 수 있다. 호치민 영묘와 생전에 살던 집은 베트남이 외빈에게 꼭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현장방문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산업 현장, 초고층빌딩, 신흥 번화가 등이 후보다. 그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 유명 관광지 마리나샌즈베이에 올라 야경을 감상했다. 하노이에선 한 발 더 나갈 수 있다. 문 대통령처럼 평범한 식당에 나타나거나 베트남 일반 국민과 접촉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북한을 지금의 고립에서 세계적 정상국가로 끌어내겠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이 만날 베트남 국가수반은 문 대통령때와 다르다. 문 대통령을 영접한 쩐다이꽝 주석이 6개월 뒤인 지난해 9월 재임중 서거했다. 베트남 공산당 서열1위인 응우옌(응웬) 푸 쫑 서기장(총비서)이 그해 10월 새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베트남은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에게 권력을 분점한 정치 체제다. 문 대통령은 이런 베트남의 특징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4명의 권력자들을 하루동안 모두 만나는 강행군을 폈다.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현지시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병상련 트럼프-김정은, 딜에 '승자독식'은 없다
4-⑥'윈-윈' 협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반드시 '윈-윈'을 달성해야 한다. '하노이 선언'을 통해 북미 각자의 복잡한 국내 정치·경제적 변수를 타개하기 위한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우리측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비핵화 결단을 통해 경제발전을 달성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포문을 열었지만, 실제 김 위원장이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정상국가의 리더십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이끌어냈으며, 북미관계 개선의 교두보도 마련했지만 경제적 제재해제는 전혀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최고존엄의 위상을 갖는 김 위원장이 주도한 '경제 총력' 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 내부 강경파들에게 "내가 옳았다"라고 과시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 말 추진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강경파들의 반대가 꼽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협상에서도 경제적 체제보장과 관련해 '합의문 종이'만 얻어간다면 자신의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적어도 자신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장받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좌절 이후 정치 의제를 재설정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재빨리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국경장벽 예산 배정과 관련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대립, 연방정부 셧다운, 그리고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사태 선포 등 일련의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연계됐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이슈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한 각종 경제 성과를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장 확실하면서 명쾌하게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업적은 역시 김 위원장과의 핵담판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면 공화당·민주당 정부가 2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워싱턴 D.C.의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해결했다는 업적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된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몰딜'에 그칠 경우 실망감이 북한과 미국 내부를 휘몰아칠 것이다. 내부의 반대파들을 조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적 평화체제 보장 조치를 맞교환하는 협상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가 기본인 이번 협상의 특성상 승자독식은 불가능하다. '윈-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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